AI 100조 펀드·5만개 GPU
공약만 요란한 대선 후보들
전문가들 "말뿐인 공약, 구체성 떨어져"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이전 선거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인공지능(AI)'이 정책 공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과거 AI는 육성해야 할 전략산업 가운데 하나 정도로 취급됐다면, 이제는 미래 생존이 달린 핵심 산업으로 여겨진다. 대선 후보마다 AI 육성 전략은 내세웠지만, 비전만 있을 뿐 산업 육성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모두 AI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 및 사회 전반의 생태계를 바꾸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재 양성과 산업 생태계 조성, 인프라 구축 및 투자 확대 등도 약속한다.
이재명 후보는 대규모 공공투자 주도의 성장과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 등도 약속했다. 그는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며 "AI 핵심 자산인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최소 5만 개 이상 확보하고, AI 전용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과 실증을 적극 지원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대규모 전력이 소요되는 데이터 센터와 관련해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인재 양성을 강조한다. 투자에 대해선 민간 주도의 생태계 구축을 강조해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AI 학습용 데이터 개방과 LLM(대규모언어모델) 경쟁력 확보 기반 마련, 부산 데이터 특구 시범 도입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후보 간 공약에서 큰 차별성을 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는 거시적으로 종합적으로 봤다면 김문수 후보는 이전 정부 에너지 정책과 연계성을 고려한 듯하고, 이준석 후보는 구체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AI 관련 논의가 전력원 문제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내세워 원자력 발전을 전력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반면, 이재명 후보는 친환경을 내세우며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결국 가치의 문제"라며 "한국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나 김문수 후보의 AI 정책은 재원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특히 AI 인력의 경우 해외 인재 유치 부분 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초급, 중급 개발자는 충분하지만 고급 개발자가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전략이 부재하다"고 했다. 100조원 펀드 구성, GPU 확보 등의 공약에 대해서도 "어떻게 인공지능 전환(AX)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부가 앞서 밝힌) GPU 1만8000개 확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5만개 공급에 대해 구체적인 안도 없다"고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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