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상관성 큰 뇌졸중-치매-노년기 우울증
공통으로 작용하는 요인 17가지 확인
과학자들이 노인성 뇌 질환인 뇌졸중과 치매, 노년기 우울증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 17가지를 확인했다. 픽사베이
뇌졸중, 치매, 노년기 우울증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노인성 뇌 질환이다. 이런 질환들은 평소 행동이나 생활 습관의 변화를 통해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위험 요인 조절을 통해 뇌줄중의 60%, 치매의 40%, 노년 우울증의 35%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질환의 공통 요인을 조절하면 한 번에 세 가지 질환의 위험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 의료 시스템 연구진이 이와 관련한 기존 연구를 광범위하게 분석한 결과, 이들 3가지 노인성 뇌 질환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 17가지를 확인해 국제학술지 ‘신경학, 신경외과,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에 발표했다.
논문 제1저자인 재스퍼 센프 박사(매사추세츠종합병원 뇌관리연구소)는 “치매, 뇌졸중, 노년 우울증은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 가운데 하나가 발병하면 앞으로 또 다른 하나가 발병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산줄라 싱 박사(매사추세츠종합병원 뇌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치매나 우울증,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들은 나머지 질환 중 하나 또는 둘 다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00~2023년에 발표된 59개 연구 결과들을 모아 각각의 위험 요인이 삶의 질과 조기 사망에 미치는 상대적인 영향을 추정하고, 세 가지 질병 중 최소 두 가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인 중 수정 가능한 것을 가려냈다.
뇌 질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은 고혈압이다. 픽사베이
고혈압 영향력 가장 높아…뇌줄중 위험 3배
연구진은 우선 뇌 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11가지를 확인했다. 고혈압, 높은 체질량지수(BMI), 고혈당, 총콜레스테롤, 우울 증상, 난청, 신장 질환, 통증, 수면 장애, 흡연, 스트레스다.
뇌 질환 위험을 낮추는 요인도 4가지 확인했다. 첫째는 약간의 알코올 섭취, 둘째는 독서나 퍼즐 풀기 같은 인지 활동, 셋째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 넷째는 삶의 목적 의식이다.
나머지 2가지는 식단과 사회적 관계로, 그 내용에 따라 뇌 질환 위험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단의 경우 채소, 과일, 견과류, 유제품, 생선이 풍부한 식단은 위험을 감소시키지만 붉은 고기, 설탕이 많이 든 음료, 과자, 나트륨이 많은 식단은 위험을 증가시킨다. 사회적 관계의 경우엔 광범위한 대인 관계는 위험을 줄이고, 외로움이나 고립은 위험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
연구진의 일원인 알렉산드라 피쿨라 박사(토론토대 뇌연구소)는 “세가지 질환 각각의 위험 요인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공통 위험 요소를 이렇게 상세히 조사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17가지 요인 가운데 3가지 뇌 질환의 발병과 가장 관계가 깊은 위험 요인은 고혈압이었다. 예컨대 고혈압은 뇌졸중 위험을 거의 3배나 높인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앨리슨 무어 박사(노인의학)는 뉴욕타임스에 “혈압을 낮추는 첫 걸음은 소금 섭취 억제, 운동, 체중 감량”이라고 말했다. 중국 연구진이 최근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혈압을 유의미하게 낮춘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15% 낮았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은 뇌졸중과 치매 위험을 상당히 감소시킨다. 픽사베이
치매 위험 낮추는 데는 인지 활동 최고
중강도 및 고강도 운동은 뇌졸중과 치매 위험을 상당히 감소시켰으며, 타인과의 교류 활동이 클수록 위험이 낮았다. 독서, 퍼즐 맞추기, 악기 연주 배우기 등의 인지 활동은 치매 위험을 40% 감소시켜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가지 질환은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하나의 증상이나 활동은 여러 위험 요인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청력 손상을 입은 사람은 대인관계가 어려워져 외로움이 가중되고 인지적 자극도 약해질 수 있다. 반면 친구와 함께 산책, 즉 운동을 하면 과체중과 사회적 고립을 함께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피쿨라 박사는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너무 늦은 때는 없지만, 사람들이 40~50대 중년에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시작하면 가장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위험 요인과 질병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일 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낸 건 아니다. 그러나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앤서니 레빈슨 교수(뇌건강)는 “원인과 결과가 항상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세 가지 상태 모두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뇌로 가는 혈액을 방해하는 혈관 손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요인을 중요도 순서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위험 높이는 요인 : 혈압-신장 질환-혈당-흡연-수면-체질량지수-난청-우울 증상-스트레스-사회 참여-식단-통증-총 콜레스테롤
위험 낮추는 요인 : 인지 활동-운동-삶의 목적 의식-약하거나 적절한 음주
*논문 정보
Modifiable risk factors for stroke, dementia and late-life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and DALY-weighted risk factors for a composite outcome.
https://doi.org/10.1136/jnnp-2024-334925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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