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촉발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SKT가 불법복제 위험은 없다고 연일 강변하고 있지만 '해킹 사태'가 준 충격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통신리서치 전문회사인 ‘컨슈머인사이트’가 21일 공개한 통신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텔레콤(SKT) 유심 해킹 사건 이후 소비자 5명 중 4명 이상이 계좌 탈취, 범죄 악용 등 2차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2005년 이후 20년동안 매년 2회 ‘초대형 통신소비자 조사’를 실시해 왔는데 올해는 조사 기간 중에 유심 해킹 사태가 터져, 사건 보도 전후의 비교가 더욱 명확해 졌다고 컨슈머인사이트는 밝히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2025년 상반기 조사(제 41차) 중 유심 해킹 사건이 보도(4월 22일) 되었고, 사건전 응답자 2만 5444명과 사건후 응답자 5801명의 응답을 수집해 초대형 사건이 소비자의 태도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하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기본 조사에 더해 5월 13~14일에는 이 응답자 중 5059명에게 재조사를 실시해, 사건의 흐름에 따른 소비자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자료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현장실험 데이터의 비교 분석을 통해 ‘초대형 사건·사고에 따른 소비자의 태도와 행동 변화’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소비자 95% “사건 알고 있다”... 40대 이상은 97% 넘어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5월 13, 14일 수행한 ‘SKT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전국 14~64세 휴대폰 사용자 5059명)’에서 SKT 유심 해킹 사태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95%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40대(97%)와 50대 이상(98%)은 거의 모든 소비자가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 해킹 사태가 본인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3명 중 2명(63%)이 ‘우려한다’고 답했다. SKT 가입자의 ‘우려’ 비율이 73%로 가장 높긴 했지만 KT(56%)와 LG유플러스(57%) 이용자의 우려도 높았다. 이용하는 통신사에 큰 관계 없이 다수 소비자가 이번 사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우려 요소(3순위까지 복수응답)로는 △계좌 탈취 등 금융사기(87%) △보이스피싱 등 범죄 악용(82%) 가능성을 꼽았다[그림]. △휴대폰 불통(42%) △가상자산 계정 탈취(41%) △국가·사회적 보안 악영향(31%)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유출된 정보를 기준으로 금융사기 등 2차 피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1차, 2025년 4월 29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사실보다 심리적 불안이 앞서고 있는 셈이다. 2차 조사 결과 발표(5월 19일)에도 우려가 줄어 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T 보상수준에 대한 반응 냉담
SKT는 사건 발생 이후 전국 대리점을 통한 무상 유심 교체, 유심보호서비스 무료 제공, 피해 발생 시 100% 책임을 약속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냉정했다. SKT가 이번 사태를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11%(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신속한 처리, 충분한 사고 대응과 보상, 소비자 입장에서의 공감과 투명한 소통 모두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응답이 70%에 육박한다.
유심 해킹 사태는 SKT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도 타격을 입혔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매년 2회(상·하반기 각 1회, 회당 표본규모 약 4만명) 실시하는 이동통신 기획조사에서 SKT는 이용자 만족도, 추천의향 등 핵심 소비자 지표에서 통신3사 중 1위(’24년 하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 ①통신사 체감 만족도 ’24.12.13)를 계속 지켜왔으나, 조사 말미에 유심 해킹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는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사건 전(2만 5444명)에는 이전과 같이 압도적 1위였으나, 사건 직후 표본(5801명)에서는 불과 며칠 사이에 3사 중 최하위로 밀려났다.
▲고객 이탈 가능성도 커져
고객의 이탈도 우려된다. 지금까지 SKT 이용자의 통신사 전환 의향률(다른 통신사로 바꿀 생각)은 다른 통신사의 절반 수준으로 통신 3사중 가장 낮았으나, 이번 사건 후 가장 높은 회사가 되었다. 소비자 대부분(74%)이 휴대폰을 다른 가족·지인의 휴대폰이나 집 인터넷 상품과 결합해 이용 중이고, 상당수(62%)는 통신사 변경 시 함께 이동하겠다고 응답한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이탈 규모가 의외로 커질 수도 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대부분의 기업 리스크에 대한 소비자 우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되는 경향이 있으나 때로는 심화되기도 한다. 이번 사건 발생 1개월이 지났음에도 소비자가 갖고 있는 정보의 양은 적고 그 정확성도 떨어진다. 반면 불안의 크기는 상당하다.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적기에 전달하고, 소비자 시각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을 보여 줄 필요가 절실하다"고 결론 내렸다.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