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새로운 방향성 제시하는 기회 삼아
하이라이트·브브걸 등은 타의로 교체
리스크 있지만 새로운 느낌 주기도
걸그룹 (여자)아이들은 여자를 빼고 아이들로 이름을 바꿨다. 이를 통해 성별에 갇히지 않고 한계 없는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름엔 많은 의미가 담긴다. 특히 이름이 브랜드가 되는 엔터업계에선 더욱 그렇다. 그래서 팀명을 바꾸는 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이뤄진다. 하지만 리브랜딩을 통해 정체성을 명확히 하거나 팀에 새로운 이미지가 더해지며 생명력을 얻게 되기도 한다.
최근 걸그룹 (여자)아이들은 소속사와의 재계약을 계기로 그룹 리브랜딩에 나섰다. 팀 이름에 붙어있던 ‘(여자)’를 떼고 ‘아이들’로 새롭게 출발하기로 했다. 영문으로 사용해왔던 팀명 ‘(G)I-DLE’에서는 ‘G’를 지웠다. 이로써 여자 혹은 젠더(Gender) 같은 어떤 성별로 정의될 수 없는 그룹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한계 없는 음악과 콘셉트를 선보이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룹의 2막을 리브랜딩으로서 알린 셈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20일 “아이들은 왜 굳이 ‘(여자)’를 붙였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대중에게) 더 익숙했다. 그래서 팀명 변경이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창의적이면서도 동시대 K팝 팬들이 원하는 걸 콘셉트로 짚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그간 아이돌 그룹이 팀명을 바꾸는 일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타의에 의해 바꿔야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멤버들이 기존 소속사와 재계약하지 않고 독립하면서 그룹 활동은 유지하고 싶은 경우 혹은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팀명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그룹의 상표권은 소속사가 갖고 있다.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뉴진스가 NJZ로 팀명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게 일례다.
하이라이트는 비스트에서 이름을 바꾸며 새로운 팬덤을 확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라운드어스 제공
하이라이트와 브브걸도 비슷한 경우다. 멤버들이 소속사를 모두 떠나면서 기존에 사용했던 비스트와 브레이브걸스라는 팀명 대신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기존에 쌓아온 인지도를 이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아티스트에겐 뼈아픈 일이지만, 새로운 출발을 알림과 동시에 팬들과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라이트는 타의에 의해 리브랜딩을 하게 됐지만, 오히려 비스트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활동했다면 완전 대선배, 고인물 같은 이미지가 돼서 새로운 젊은 층의 팬덤을 유입시키는 게 어려웠을 수도 있다”며 “의도치 않게 기존 팬덤과의 결속력은 다지고, 그룹의 생명력은 길어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신인 시절에 팀명을 바꾸며 그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 경우들도 있다. 지난해 그룹 킹덤은 더킹덤으로 팀명을 바꾸며 그룹의 챕터2를 열겠다고 공표했다. 이보다 앞서 그룹 ABO와 미미미는 데뷔 전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각각 ATBO와 미미로즈로 팀명을 바꿔 데뷔했다.
임 평론가는 “본의 아니게 리브랜딩을 했다면 아티스트나 팬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기는 어렵다. 전혀 다른 브랜드가 된다는 건 분명 리스크가 있고 어색한 일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아예 새롭게 리브랜딩을 한다면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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