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亞 최대 테크 전시회 개막
2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테크 전시회 ‘컴퓨텍스 2025’.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 생산 기업 폭스콘 부스에서 가장 사람들의 발길이 오래 머무는 전시는 간호용 로봇 ‘뉴라봇’이었다. 사람처럼 얼굴과 팔을 갖춘 이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제 대만 타이중 재향군인병원에서 쓰이고 있다. 폭스콘이 자체 개발한 AI 모델 ‘폭스브레인’이 탑재돼, 병원을 누비며 의료용품이나 약품 등을 배달하고, 환자들에게 의료 정보를 전달한다.
올해 ‘컴퓨텍스’ 행사에는 30여 국의 1400개 기업이 4800개 전시 부스를 차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특히 폭스콘뿐 아니라 첨단 테크 산업에서 대만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개막 연설에서 “대만이 반도체와 ICT(정보통신기술), AI 산업 전반에서 완전한 생태계를 갖췄다”며 “기술 발전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를 보유하게 됐다”고 했다.
젠슨 황과 폭스콘 CEO 2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2025 컴퓨텍스 기조 연설을 하던 류양웨이(오른쪽) 폭스콘 최고경영자(CEO)가 연설 무대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깜짝 호출'한 뒤 팔을 맞부딪치며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이폰 위탁 업체서 AI 파운드리로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해 고객의 주문을 받아 위탁 생산을 해오던 대만의 폭스콘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만 TSMC가 고객 주문에 따라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을 개척하며 이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된 것처럼, 폭스콘은 AI 로봇과 데이터센터, 서버, AI 공장 등 AI 관련 제품과 인프라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AI 파운드리’ 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날 기조 연설을 위해 컴퓨텍스 무대에 오른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한 장의 그림을 공개했다. 1년 반 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건넨 AI 공장 구상이 담긴 그림이었다. 류 회장은 “물리적 공장과 AI 공장이 결합된 미래형 스마트 공장인 ‘제네시스’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폭스콘이 꿈꾸는 AI 시대 제조업은 아이폰·로봇·전기차 등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공장 설계부터 운영 및 제조 과정 전반을 AI로 자동화하는 것이다. 류 회장은 “과거에는 실제 공장을 짓고 난 후 시운전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가상 공간에서 공정을 미리 설계하고 AI로 시뮬레이션해 수천 번 실험을 해본 뒤 최적의 조건으로 공장을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공장 운영 단계에서도 AI가 로봇 등과 함께 80% 이상 업무를 처리하고, 고난도 20% 정도의 일만 인간이 집중해 처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2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테크 전시회 '컴퓨텍스 2025'의 폭스콘 부스를 방문한 젠슨 황. 왼쪽에는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이 서 있다. 젠슨 황은 부스에서 폭스콘 관계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폭스콘 화이팅(Bring up Foxconn)'과 '대만 화이팅(Bring up Taiwan)'을 외쳤다./류재민 특파원
류 회장은 이날 ‘3+3 전략’도 공개했다. 전기차,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공학 등 3대 산업과 AI, 반도체, 차세대 통신 기술 등 3대 핵심 기술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TSMC가 반도체 분야 압도적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제조 기업)라면, 폭스콘은 AI 제조 분야의 최고 파운드리가 되겠다는 것이다.
폭스콘이 현재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사업 분야는 AI 서버다. 2017년 처음 이 사업에 뛰어든 지 8년 만에 주력 사업인 아이폰 위탁 제조 매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폭스콘 측은 밝혔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이 폭스콘 서버의 주요 고객이다. 폭스콘은 제조용 로봇, 전기차 분야에도 진출하며 자율 주행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AI 분야 제조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래픽=박상훈
◇“팀 타이완” 외치는 대만 테크
컴퓨텍스 전시 부스 곳곳에선 대만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대만 IT 기업인 MSI는 ‘AI 케어 센서’를 단 모니터가 사용자의 시선을 확인하며 자동으로 전력 소모를 조정했다. 또 AI 센서로 디스플레이의 잔상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팀으로 뭉치는 대만 테크
이 회사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디스플레이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신기술”이라고 했다. 대만의 PC 제조사인 에이수스는 899g의 초경량 AI PC도 내놨다.
대만계 기업들이 서로 얼마나 끈끈한지 과시하는 장이 되고 있다. 폭스콘의 류양웨이 회장은 연설 말미 기조 연설장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불러냈다. 황 CEO는 “팀 타이완 가자!(Go Team Taiwan!)”라고 외치며 무대에 올랐다.
황 CEO는 릭 차이 미디어텍 CEO의 기조연설 무대에도 깜짝 등장했다. 미디어텍은 모바일용 반도체와 무선통신 칩 등을 만드는 대만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이다. 두 회사의 AI에 대한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미디어텍은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수퍼컴퓨터 ‘DGX스파크’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설계했다. 또한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연결 기술인 ‘NV링크 퓨전’ 개발에도 미디어텍이 참여했다.
2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테크 전시회 '컴퓨텍스 2025'의 대만 기업 '페가트론' 부스를 방문한 젠슨 황. 그는 이날 전시관에 구름같은 인파를 몰고 다녔다./류재민 특파원
☞AI 파운드리
반도체 업계에서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설계도대로 위탁 생산만 해주는 업체를 파운드리(foundry)라고 한다. ‘AI 파운드리’는 데이터센터와 그 안에 들어가는 서버, AI 로봇 등 AI와 관련된 제품과 시스템을 고객사 주문대로 생산하는 것을 일컫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