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8년 만의 CPU 재도전
크리스티아노 아몽 퀄컴 최고경영자가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퀄컴은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칩과 연동되는 CPU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
폭증하는 인공지능(AI) 수요가 반도체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두 거대 기업이 양분해온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하고, 중국에선 최첨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19일 미국 퀄컴은 엔비디아의 AI칩과 연동되는 CPU를 개발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에 정식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최강자지만,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아예 없었다. 퀄컴은 2011년 PC용 CPU를 개발하고 테스트까지 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중단한 적이 있다. 2017년에도 서버용 CPU 제품을 내놨다가, 1년도 안 돼 사업을 접었다. 이번 CPU 진출은 8년 만의 재도전인 것이다. 대만에서 열리는 테크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 참석한 크리스티아노 아몽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퀄컴의 맞춤형 프로세서를 엔비디아의 서버와 연결하고, 데이터센터를 위한 고성능·고효율 컴퓨팅을 실현시키겠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칩에 탑재되는 CPU 제품을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PC용과 서버용 CPU 시장은 모두 인텔과 AMD가 시장을 나눠 가지고 있다. 성장이 둔화된 PC와 달리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서버용 CPU 분야는 새로운 기업이 진입할 여지가 크다. 실제 엔비디아·구글·MS 등이 자체 서버용 CPU를 만들고 있다. 테크 사업의 트렌드가 스마트폰에서 AI로 넘어가는 만큼, 퀄컴 역시 미래 먹거리를 위해 CPU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속도를 내고 있다. 샤오미의 레이쥔 CEO는 19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 ‘오는 22일 자체 개발한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여러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한 반도체) ‘쉬안제O1(玄戒O1)’ 발표회를 개최하고,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분야에 최소 500억위안(약 9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화웨이가 자체 AI 칩 ‘어센드’ 시리즈를 양산하는 데 이어, 또 다른 중국 대표 테크 기업인 샤오미도 첨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샤오미는 지난 2014년 반도체 자회사 ‘파인콘’을 설립하고, 자체 SoC 개발에 나섰다. 2017년 2월 첫 자체 모바일 칩인 ‘펑파이’를 출시하고, 샤오미 스마트폰 ‘5C’에 탑재했지만 2019년 기술난과 재정 문제로 개발을 중단했다. 중단 후 샤오미가 SoC 제품을 다시 내놓은 것은 6년 만으로, 그만큼 중국 내 반도체 역량이 올라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이 CEO는 “샤오미는 항상 ‘반도체 꿈’을 갖고 있었다”며 “우리가 이 길 위에서 계속해서 탐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갖고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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