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한뜻
표심 잡기 공약에 투자자보호 위한 정책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6·3 대통령선거를 앞둔 가운데 대선 후보들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현물 ETF)' 허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6·3 대통령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선 후보들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현물 ETF)' 허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을 낼 것을 예고하면서 실효성 있는 공약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이용자보호법 개정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21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며 "그 일환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고, 통합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인하도 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가상자산 관련 내용을 10대 공약에 포함시키진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이번 10대 공약에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를 위해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을 제정하고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문수 후보는 당내 경선 시기였던 지난달 27일 "정부 기관들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겠다"며 현물 ETF 허용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의 가격 흐름을 따라가도록 만든 ETF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상자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업비트나 빗썸, 바이낸스 등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해 직접 현물을 매수해야 한다. ETF가 출시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선 토론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내용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질문에 포함됐다.
이준석 후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자금 세탁이나 불법 유통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며 실효성을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1:1 담보를 기반으로 발행하므로 안정성이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차원에서도 '스테이블 코인 규율 체계 도입' 등을 '디지털 가상자산 7대 공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 대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민병덕 디지털자산위원장(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달러 자산의 침투를 막고 원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장려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플랫폼과 생태계를 충실히 구축하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쏟아내는 이유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 규모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지난해 3월 1400만명을 돌파한 이후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에서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5대 원화 거래 지원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 계정을 보유한 회원 수는 1629만명(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현물 ETF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더팩트 DB
특히 가상자산 현물 ETF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대규모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가상자산 현물 ETF는 2020년 독일에서 처음 승인된 이후 캐나다, 브라질, 호주, 말레이시아, 홍콩, 영국 등으로 확산됐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지난해 1월 ETF 도입을 허용했고 당시 순자산 규모는 금 ETF를 넘어설 만큼 커졌다.
다만, 금융당국에선 금융시장 안정성과 금융사 건전성 등을 우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법인·기관 투자자 참여에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 등의 나라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인·기관의 투자를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 금융당국은 다르게 봐야 한다"며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금융시장과 다르게 봐야 한다"며 "육성·투자자 보호 2가지 관점이 있는 과거 가상자산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생각하면 지금은 '투자자 보호' 부분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을 낼 것을 예고하면서 실효성 있는 공약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과 통합감시시스템 구축은 이미 1년 전 열린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관련 법령 개정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 외에도 지난 총선에서 양당은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추진, STO 법제화 신속 추진, 가상자산 발행 단계적 허용 등을 발표했으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대선에서도 다시 언급되고 있다는 점과 미국에서는 이미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해석도 있다.
관련 업계에선 자본시장법,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관련 법령과의 충돌과 더불어 금융·주식시장과의 형평성, 리스크 대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대선 후보마다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 육성이라는 공통된 방향성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과거에도 선거철마다 반복되어온 공약 중 상당수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1800만 명에 달하는 코인 투자자의 표심을 의식한 전략적 접근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모두 가상자산 2단계 법안 마련을 조속히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으로 평가한다"며 "가상자산의 상장과 상폐, 공시 등 거래소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돼야 거래소 책임과 권한의 명확화, 투자자 보호가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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