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정치
이, 4년 연임제·비상계엄 제한
국무총리 추천권 국회로 분산
감사원 중립성 위해 국회 이관
김, 2028년 동시 대선·총선 구상
국회도 불체포·면책 특권 없게
감사원 권한 더 강화하는 방향
이준석, 국회 총리 추천제 제시
여가부 폐지 ‘작은 정부’ 지향
부총리 3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권영국, 평시 계엄권 삭제 강조
선거 비례성 강화 ‘다양성 확대’
여가부 ‘성평등부’로 격상 추진
21대 대선에서 정치개혁은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이번 대선을 촉발한 12·3 불법계엄은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이 위헌적 행동을 벌일 경우, 국가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후보들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되 대통령 연임이나 중임 가능성을 열어놓는 권력구조 개편안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다만 국회의 권한 조정이나 감사원 등 주요 정부 기관의 개편을 두고는 방향성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 국회 임명동의 고위공직자 범위 확대, 감사원 국회 이관 등 국회 권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회의원 불체포·면책 특권 폐지와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허용 등을 내세웠다.
■권력구조 개편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의 책임성을 강화하되 권한은 분산하는 방향의 개헌안을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4년 연임제다. 정권의 중간평가를 의무화해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본인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헌법상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제한하는 공약도 내놨다. 본인과 직계가족의 부정부패, 범죄 관련 법안에는 행사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에 대해서는 “사전에 국회에 통보하고 승인을 얻도록 해야 한다”며 “긴급한 경우에도 24시간 내 국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개헌 공약을 발표하며 그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구체적 내용을 순차적으로 합의하자는 구상이다.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22대 대선과 차기 지방선거가 동시에 열리는 2030년부터 통과된 개헌안을 적용하자고도 밝혔다.
이 후보는 선거제와 관련해선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약했다. 그는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21대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2028년 22대 대선부터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개헌안을 내놨다. 대선·총선 주기를 맞출 수 있고, 여당이 곧 다수당이 될 확률도 높아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윤석열 정부 당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판단 아래,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후보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폐지도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84조를 개정해 대통령에 당선돼도 형사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를 원천적으로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현재 5건의 재판을 받고 있어 대통령에 당선돼도 재판의 속행 여부가 논란이 되는 이 후보를 겨냥한 제안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구체적인 개헌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 총선에서 “국정 운영의 책임성과 연속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들고나왔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해 평시 계엄권을 삭제하고, 대통령 궐위 시 권한대행 순위를 선출직인 국회의장 중심으로 즉각 변경하겠다는 공약 등을 내놨다.
■국회 권한 조정
이재명 후보는 국무총리의 추천권을 국회로 분산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동의하에 임명하는데, 애초에 국회 추천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정 2인자인 총리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일부 제한하고, 국회 의견을 경청하는 총리를 선출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국회의 인사 임명동의권 범위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때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치지만, 앞으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찰청·경찰청 등 수사기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기관장을 임명할 때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통한 책임정치를 구현하겠다”며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소환제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한해 시행되고 있으나, 적용 대상을 국회의원까지 넓히는 것이 이 후보의 구상이다. 민심을 명분으로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김 후보는 국회를 견제하는 공약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소환제 도입은 물론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이 후보가 불체포특권을 이용하려던 사례를 부각하는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2023년 9월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올라가자 당에 부결을 요청한 바 있다.
김 후보는 또 사전투표제 폐지와 본투표 이틀간 실시를 내걸었다. 부정선거 의혹을 근거로 한 사전투표제 폐지 요구를 받아들여 극우 성향 유권자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표권 상호주의 강화도 주장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현지 투표권이 없는 반면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보유해 문제라는 반중·혐중 정서에 편승한 공약으로 분석된다.
이준석 후보는 국회의 권한 조정과 관련해선 이재명 후보와 마찬가지로 국회의 총리 추천제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우원식 국회의장과 상의해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를 인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후보는 국회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공약에 힘을 실었다. 대선이나 총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선거제의 비례성을 강화해 다양한 세력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권 후보는 또 원내교섭단체들에 유리한 현재의 정당 국고보조금 배분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정부 조직 개편
이재명 후보는 헌법상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결산 및 회계감사에서 국회의 견제를 강화하고,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감사를 개시하거나 고발을 결정할 때 감사위원회 의결을 필수화하고, 내부 감찰관에 외부 인사를 임명하는 방안을 의무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더 이상 감사원이 대통령을 지원하는 기관이란 의혹과 우려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공약으론 발표하지 않았으나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왔다. 그는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가 경제기획에 더해 재정도 컨트롤(통제)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된 것은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기재부의 예산편성 기능을 분리해 별도 조직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후보는 감사원을 현재대로 대통령 소속으로 두고 권한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 정부 부처와 17개 시도, 주요 공공기관에 감사관을 파견하고, 선관위에 대한 감사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감찰할 수 없게 하는 현행법 취지와는 다른 방향이다. 그는 “선관위 자체 감사로는 한계가 있어 외부 기관 감사 제도를 도입해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후보는 감사원에 대한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고, 실무 중심의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며 현재의 19개 정부 부처를 13개로 축소하는 방안을 밝혔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방안과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부와 업무를 통합하는 안,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합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기재부에서 예산기획 기능을 분리해 총리실 산하 예산기획실을 신설하는 안도 거론했다.
부총리를 3명으로 늘리고 기능을 조정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현재의 경제와 교육 부총리가 아니라, 안보부총리와 전략부총리, 사회부총리를 운영해 책임운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후보는 또 대통령 산하 국가안보실을 폐지하고 안보부총리가 그 기능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후보는 여가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하고 강화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주배경시민청(이민청)을 설치하고, 기후와 에너지, 산업 분야를 총괄하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는 약속도 제시했다. 민주노동당이 강조하는 여성과 소수자, 기후 문제에 방점을 찍은 개편안이다.
박용하·이보라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