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올트먼 갈등 속 MS, 클라우드에 그록 제공
오픈AI에 130억달러 투자한 MS
‘스타게이트’ 이후 양사 갈등 심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의 ‘그록’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제공하기로 하면서 ‘챗GPT’ 개발사 오픈AI와의 관계에 이상 징후가 다시 한번 나타났다. 머스크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법적 분쟁 중에 나온 결정인 만큼 테크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오픈AI가 올해 초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손잡고 독자적인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양사간 균열이 심화되면서 MS가 AI 협력사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 2025’에서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xAI의 AI 모델 ‘그록3’와 ‘그록3 미니’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 2월 xAI의 최신 AI 모델 ‘그록3’을 공개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AI”라고 소개했다.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머스크는 이날 행사에 사티아 나델라 CEO와의 사전녹화 대담 형태로 얼굴을 비췄다. 나델라 CEO는 머스크가 MS 인턴 출신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록을 우리 클라우드에 탑재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에 MS가 그록을 수용하면서 오픈AI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MS는 오픈AI의 최대 투자자로, 2019년 이후 130억달러(약 18조원) 이상을 투자해 회사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2030년까지 유효한 수익 배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MS가 자금과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오픈AI는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제품에 AI 모델을 제공하는 구조다.
MS는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초기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챗GPT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AI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MS는 지난 1년간 자사의 애저 AI 파운드리 사업 육성에 주력해왔고, 이 과정에서 오픈AI와 경쟁하는 다양한 기업·연구소의 AI 모델을 추가해왔다. 이날에도 MS는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과 독일 블랙 포레스트 랩스의 AI 모델도 애저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애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AI 모델 수는 1900개를 넘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오픈AI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영향이 크다고 업계와 주요 외신은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픈AI가 MS로부터 더 많은 컴퓨팅 자원과 자금을 요구하면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AI 제품을 판매하면서 양사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사티아 나델라(왼쪽) MS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샘 올트먼 CEO 트위터
특히 오픈AI가 지난 1월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석한다고 발표한 이후 갈등이 고조됐다. 스타게이트가 성공하면 오픈AI는 더 이상 MS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MS의 한 임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는 MS에게 “돈과 컴퓨팅 자원만 주고 간섭하지 말라”는 식인데 파트너로서 자세가 좋지 않다. 솔직히 오만하다”고 말했다.
MS도 독자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나델라 CEO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와 협업을 보완할 독자 능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MS와 오픈AI는 지난 2019년 맺은 파트너십 계약 조건을 재조정하기 위한 협상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현재 약 20%로 추정되는 MS와의 수익 배분 비율을 수년 내 절반 이하로 줄이고 싶어하는 상황이다. MS가 2030년 이후 개발되는 오픈AI의 신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는 대신, 오픈AI의 새로운 조직에서 일정 지분을 포기하는 제안을 했다고 FT는 전했다. 오픈AI는 현재 비영리 조직의 통제권이 유지되는 공익법인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테크 업계에서는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챗GPT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의 전략적 투자·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생성형 AI 플랫폼 베드록에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하고 있고, IBM은 자사 왓슨 AI 플랫폼에 프랑스 미스트랄AI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오픈AI와 MS가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투자를 기반으로 이뤄졌던 공생 관계도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T매체 더버지는 “MS의 갑작스러운 그록 추가로 오픈AI와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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