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조류독감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분석 실험을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차기 팬데믹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았다. 정부는 조기 경보와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전략적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핵심 파트너로서 조류독감 백신 개발에 착수하며 국가 방역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H5N1 바이러스는 조류는 물론 포유류를 넘어 사람에게 전파되는 경로를 넓히고 있다. 최근 미국 등지에서는 젖소 감염이 확산되고 농장 근로자의 인체 감염 사례까지 보고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H5N1 인체 감염 사례는 954건이다. 이 중 464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약 49%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젖소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17개 주에서 1000곳 이상의 낙농장이 영향을 받았다. 66건의 인체 감염 사례와 1명의 사망자까지 보고되며 팬데믹 전조 현상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포유류 간 전파를 반복할수록 인체 전파 적응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조류 유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가 인간 간 전파력을 갖춘 형태로 변이해 5000만명 이상이 사망한 팬데믹으로 기록됐다. 현재의 H5N1도 아직 사람 간 전파는 제한적이지만, 포유류 간 반복 감염이 인체 적응 가능성을 높이며 유사한 대유행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질병관리청 주관 '우선순위 감염병 대유행 대비 신속개발기술 구축 지원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H5N1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는 질병관리청과 총 37억원을 공동 투자해 세포배양 기반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 중이다. 내년 하반기 임상 1/2상 진입이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번 사업 선정 배경에 대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포배양 방식으로 백신을 상용화한 기술력이 결정적이었다"며"기존 유정란 방식보다 생산 속도가 빠르고 품질 안정성 및 변이 대응 유연성이 높은 세포배양 기술은 팬데믹 대응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는 독감, 코로나19 등 다양한 백신을 세포배양 방식으로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일본뇌염 mRNA 백신 임상을 개시하는 한편, 모더나와의 mRNA 특허 분쟁에서 승소해 플랫폼 독립성도 확보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조류독감은 당장의 유행보다 미래의 대재앙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라며 "선제적 백신 개발은 국내 방역 체계 보호뿐 아니라 글로벌 보건 파트너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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