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현섭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교수, 홍석원 교수, 홍종욱 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 교수, 김현주 GIST 화학과 박사과정생. GIST 제공
국내 연구팀이 연료전지의 핵심 요소인 백금(Pt) 촉매를 뛰어넘는 고성능·고내구성 촉매를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임현섭 화학과 교수와 홍종욱 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 교수 공동연구팀이 상용 백금 촉매보다 전기화학적 성능과 내구성이 우수한 차세대 연료전지용 촉매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4월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공개됐다.
연료전지는 산소를 환원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물을 배출하는 산소환원반응이 핵심이다. 산소환원반응은 반응속도가 느리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 고성능 촉매 개발이 필수적이다. 기존 연료전지에서는 귀금속인 백금 기반 촉매가 주로 사용됐다.
연구팀은 팔라듐-셀레나이드(Pd-Se) 기반의 나노구조체에 주목했다. 그동안 Pd-Se 촉매는 보통 원자들이 배열되는 방식인 결정상이 한 종류인 경우를 중심으로 연구됐다. 연구팀은 여러 결정상이 섞인 Pd-Se 혼합상 구조가 전자 이동 경로를 개선하고 촉매로서 반응 활성 부위를 효과적으로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GIST 연구팀이 개발한 팔라듐-셀레나이드(Pd-Se) 혼합상 나노구조체 촉매 원리. 서로 다른 결정상의 경계면에서 효율적으로 산소가 환원된다. GIST 제공
연구팀은 복잡한 공정 없이 열처리만으로 3가지 Pd-Se 결정상이 공존하는 '혼합상 나노구조체'를 합성했다. 서로 다른 결정상 경계면에서 산소환원반응의 반응속도가 빨라지고 에너지 손실이 줄어드는 원리다.
연구팀은 물질 내부 전자의 모양과 에너지를 계산하는 밀도범함수 이론(DFT)을 기반으로 Pd-Se 결정상의 전자 구조를 파악했다. 각 결정상은 산소환원반응을 이루는 서로 다른 중간단계를 맡아 전체 반응 효율을 개선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1000℃에서 합성된 Pd-Se 촉매는 산소환원반응에서 측정된 전압이 0.931볼트(V, 전압의 단위)로 상용화된 기존 백금 기반 촉매보다 높았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산소가 더 적은 에너지로 환원될 수 있다는 뜻이다.
촉매를 2만회 반복 사용하는 내구성 테스트 후 전압 변화는 0.007볼트로 높은 안정성도 확인됐다.
임 교수는 "서로 다른 Pd-Se 결정상이 조화를 이루며 전기화학 반응의 각 단계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 양면에서 입증한 사례"라며 "고성능 연료전지, 금속공기전지, 수전해 시스템 등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ej.2025.162213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