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석달새 유심 1500만개 공급 계획
정부·전문가 "유심교체 해야 100% 안전"
SKT "복제폰, 기술적으로 어려워"
SK텔레콤 유심(USIM) 해킹으로 인한 복제폰 우려가 불거지면서 19일 유심교체 인원이 33만명에 달했다. SKT가 해킹 이후 무료 유심 교체를 시작한 지난달 28일 이후 일일 기준 최대 숫자다. SKT 가입자의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유출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유심 교체에 속도가 붙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전원교체까진 갈 길이 멀다. 20일 SKT에 따르면 19일까지 유심 누적교체 인원수는 252만명으로, 전체 SKT 가입자(알뜰폰 포함 약 2500만명)의 10% 정도다. SKT는 5월부터 오는 7월까지 최대 1500만개의 유심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T 관계자는 "이 목표가 현재 최대로 확보 가능한 수치"라고 밝혔다. 석 달 안에 이 물량이 전부 순조롭게 공급된다고 해도 유심 전원교체까지는 약 1000만개가 모자라는 형편이다.
연합뉴스
해킹 사태 한 달 만에 유심 교체가 재차 조명받는 이유는 정부가 2차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SKT 가입자의 IMEI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IMEI는 단말기에 부여되는 고유 식별번호로, 복제폰 생성의 핵심 열쇠다. 최광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현재로서는 물리적으로 유심 교체가 (복제폰 위험을 막기에) 가장 안전한 조치"라며 "'유심 재설정'과 '이심(eSIM)으로 바꾸기'는 것도 기술적으로 유심 교체와 똑같아서 소비자들이 편한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IMEI 유출을 가정했을 때 유심 교체만이 최종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SKT가 제시한 유심보호서비스가 IMEI 유출을 가정한 최악의 상황에서 제 기능을 못 할 수 있어서다. 유심보호서비스는 가입자의 유심 정보를 하나의 단말기에서만 작동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해커가 유출된 유심정보로 복제 유심을 만들어 다른 단말기에 꽂아 쓰려고 해도 IMEI가 달라 최종적으로 복제폰은 만들 수 없다. 그런데 IMEI까지 해커 손에 들어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만에 하나 해커가 단말기까지 복제하면 쌍둥이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만약 가입자식별번호(IMSI)와 IMEI가 모두 유출됐다면 유심보호서비스로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고 볼 순 없다"면서 "비정상인증차단시스템(Fraud Detection System·FDS) 2.0의 도입과 IMEI 인증키 확인 절차를 거친다면 복제폰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100% 불가하다고 보장할 순 없다. 결국 유심 교체나 유심 재설정만이 원천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도 "IMEI 유출 시 이론상으로 복제가 가능하고, 최악의 경우 복제폰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그 가능성은 0%에 수렴할 정도로 미미하다"면서도 "IMEI가 유출됐다면 유심카드를 교체하거나 유심을 초기화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유심보호서비스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SKT
다만 SKT는 IMEI가 유출되더라도 복제폰 제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복제폰을 만들기까지 거쳐야 할 문이 이중 삼중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SKT 관계자는 "IMEI 정보를 인증하는 키값을 각 단말기 제조사가 가지고 있어서 다른 휴대폰 단말기에서 복제 시도를 할 때 해당 단말기 제조사의 인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복제 여부를 걸러낼 수 있다"며 "만에 하나 단말기 제조사의 인증을 통과하더라도 이동통신사의 인증 역시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류정환 SKT 인프라네트워크센터장(부사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FDS를 통한 검증 과정 중 정상 가입자인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뚫릴 확률은 2의43승(약 8조8000억)분의 1이고, 그다음 절차인 유심 검증 시스템이 뚫릴 확률은 10의38승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 수치상으로 FDS 시스템을 우회해 복제폰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10을 38번 연달아 곱한 숫자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낮다는 의미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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