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2040 표심경쟁]①
21대 대선 양당 후보 가상자산 관련 공약/그래픽=윤선정
21대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1800만명 규모의 국내 가상자산투자자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자산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가상자산업계는 관련 공약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선 기존 제도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19일 정치권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거래 수수료 인하, 통합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디지털자산 공약으로 발표했다. 특히 거래 수수료 인하와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은 가상자산 투자자가 요구해온 핵심 공약이다. 코인 표심 겨냥을 위해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디지털자산을 금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앞서 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 가상자산 7대 공약'을 핵심 정책공약으로 내세웠다.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직접 투자 제한 폐지 등을 담은 기업·기관의 가상자산 거래 제도화를 비롯해 △1거래소 1은행 체제 폐기 등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 허용 △토큰증권(STO) 법제화 완성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도입 △디지털자산 육성 기본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업계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미 과거에도 제시됐지만 지켜지지 않은 공약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과 통합감시시스템 구축은 이미 1년 전 열린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지 한 해가 넘도록 가상자산 현물 ETF 관련 법령 개정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또 불공정거래 차단을 위한 통합감시시스템도 이미 금융당국 내 관련 기능을 하는 조직이 있다.
여당이었던 국민의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토큰증권 법제화는 지난 총선에 포함된 공약이다.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은 당에서 법안을 발의하고도 정부의 반대로 진전시키지 못했다. 정부 설득에 실패하고서도 대선 정국에서 다시 들고나온 것을 두고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비판이 따른다.
정치권이 지키지도 않은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투자자의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5개사에 등록된 국내 가상자산투자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1672만명에서 12월말 기준 1825만명으로 늘어났다. 2040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관련업계는 정치권이 선심성 공약에 집중한 나머지 자본시장법,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관련 법령과의 충돌, 금융·주식시장과의 형평성, 리스크 대비 등 실제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비트코인(BTC)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이 가능하고 ETF 유동성 공급이 합법적이려면 이용자보호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절차상 문제점을 해소하는 세부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디지털자산 공약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보인다"며 "실효성 있는 공약 보완이 따라야만 업계의 건강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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