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대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후보가 대통령 4년 연임·중임제 개헌을 각각 약속하면서, 보름 뒤면 탄생할 새 정부에서 개헌이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개헌은 지금까지 여러 대선 주자들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실행을 약속했으나 양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탓에 집권 뒤 구두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엔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개헌 의지가 강하고, 야당도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38년 묵은 ‘87년 체제’를 청산할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19일 브리핑에서 “개헌과 관련해 어떤 절차를 밟을지는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 국회와 협력해 설계해야 할 것 같다”며 “임기 내에 반드시 개헌을 실현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확고한 의지를 어제 말씀드렸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각 정치세력이 가진 개헌안을 갖고 논의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담은 이 후보의 개헌안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18일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및 4년 중임제 도입’을 포함한 개헌 협약을 맺자고 제안한 데 따른 답변이다. 일단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뒤 공약 이행 절차를 밟자는 뜻이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에 강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개헌이 주요한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지난 4월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 전 개헌안을 마련해 6월3일 대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을 당시에도 이 후보는 지도부 의원들에게 “개헌을 안 하면 역사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재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내리막길을 가게 된다”며 4년 연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내란 종식에 집중해달라는 지지층 여론이 워낙 강력해 개헌 카드를 소맷부리에 잠시 넣어뒀으나, 임기 중 개헌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개헌에 이르는 정치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2017년 5월 개헌을 약속하고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이듬해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시행하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꾸리고 4년 연임제를 포함한 정부 개헌안까지 내놓는 등 모든 절차를 밟았으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개헌 정족수(200명)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국민의힘이 자체 개헌안에 들어 있는 ‘차기 대통령 임기 3년으로 단축’을 개헌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 경우, 집권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로선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벌써부터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개헌안이 “권력을 나누겠다는 것이 아니라 입법 권력을 의회 다수당 중심으로 집중시키겠다는 설계”라고 공격하고 있다.
엄지원 김해정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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