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비중·성별 임금 격차·유리천장 등
우리나라 성불평등 통계 여전히 제자리걸음
성평등 공약, 권영국 외 전면배치 후보 없어
이재명,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임금공시제
김문수, 육아부담 더는 정책 등 돌봄 집중공약
이준석, 여성가족부 폐지해 복지부·행안부 이관
권영국, 차별금지법 제정·여가부 부총리급 격상
우리나라 성불평등은 비정규직 비중·성별 임금 격차·유리천장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8.2%(845만 9000명)이며, 전체 여성 노동자 중 47.3%(484만 4000명)가 비정규직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27만 9000명 늘어난 수치다. 여성 비정규직 비중은 남성 비정규직(30.4%)보다 16.9%P(포인트) 높다.
2023년 기준 여성 평균 월급은 278만 3000원으로 남성 평균 월급(426만 원)의 65.3% 수준이다. 2023년 최저임금 기준 월급은 201만 580원이다.
유리천장 문제도 여전하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2024년 기준 전체 인원 대비 6.3%(463명)에 불과하다. 현 22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은 전체 300명 중 60명으로 20%다.
성불평등이 곳곳에 있음에도 성평등 공약은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10대 공약집에서 찾기 어렵다. 이달 14일 경남여성단체연합은 성평등 논의가 부재한 대선에 답답함을 느껴 정책 토론회를 직접 열기까지 했다. 성평등은 물론, 여성이라는 단어도 없다는 지적이 일자 후보들은 추후 발표할 전체 공약에 성평등 공약을 별도로 담겠다고 수습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제도·시스템 변화 등 가장 적극적인 내용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대선 때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시대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여전히 남녀간 갈라치기를 시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공약에 성평등을 포함하는 대신 안전·노동·아동·청년 분야에 일부 여성·성평등 공약을 넣었다.
이 후보는 안전 분야에서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노동 분야에서는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 공공기관 성별평등 지표 확대를 발표했다. 아동·청년 분야에서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 18세까지 확대, 육아휴직 단계적 확대, 돌봄기본사회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 후보는 16일 '구조적 성차별'을 언급하며 여성·성평등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유리 천장, 임금 격차를 겪는 여성이 사회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SNS를 통해 "교제살인 국가 공식 통계 시스템을 구축해 선행 범죄 분석과 후행 범죄 예방대책을 체계화할 것"이라며 "경력 보유 여성 채용 기업에 세제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가스라이팅, 스토킹 등 여성폭력에 제도적 예방이 필요하다며 △가해자 분리 조치 강화 △인공지능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명예훼손 처벌 강화 △딥페이크 영상 등 허위 조작 콘텐츠 탐지 기술 개발 지원을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가정·일 양립 지원, 기업 성평등 경영 지원, 디지털성범죄 전담수사대 설치 등 세밀한 여성·성평등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빈약하다는 지적이 일자,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공약집에는 여성·성평등 공약이 별도로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돌봄 강화', 이준석 '여가부 폐지' =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10대 공약에 여성·성평등 공약을 포함하지 않았다. 역시 일부 핵심 분야에 여성·성평등 의제가 한두가지 포함된 정도다. 게다가 자녀가 있는 가정 위주의 공약, 저출생 해법만 제시해 전반적인 성평등을 아우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는 청년 공약에서 부부 육아 부담 덜기 등 돌봄 강화를 내세웠다. 아이 양육 동안 소득세 감세 폭 확대, 6세 이하 자녀 보육수당 비과세를 월 20만 원에서 자녀 인당 20만 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임신기간 건강 관리비와 출산 비용 지원 확대도 내세웠다. 출생 즉시 아동 명의로 '우리 아이 첫걸음 계좌' 제도 도입 등이다.
군가산점제 분야에서는 여성희망복무제 도입으로 여성 전문 군인 확대를 도모, '양성' 평등 군 복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성별 갈라치기 정치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되려 성평등 후퇴 정책을 내놓았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다만 임기 내 현실화 하지는 못했다.
이 후보는 부처 간 중복, 행정 칸막이 문제 해소를 위해 작은 정부 기조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상안으로 여성가족부를 복지부, 행안부로 이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이다.
이 후보는 14일 부산 유세 중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성가족부가 하는 주 업무는 게임산업 규제 위주로 돼가는 중"이라며 "여가부는 정책적 역할이 없어 조 단위 세금을 낭비하고 있으며, 여가부 존속으로 이득 보는 집단은 여성 단체 카르텔뿐"이라고 말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이 성평등 논의 없는 대선이 너무 답답해 '빛의 혁명에 성평등으로 답하라'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14일 경남교육연수원 홍익관에서 열었다. /안지산 기자
◇권영국 '차별 없는 안전한 공존 세상' =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공약 순위 네 번째에 성평등 공약을 내세웠다.
먼저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여가부를 성평등 사회대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두고 산하에 디지털성범죄 퇴치를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권 후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도 제시했다. 여성 포함 모든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과 시민을 부당한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본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권 후보는 18일 대선 후보자 토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나왔던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에 맞춰 이번에는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폭력 관련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수사 협력 강제조항'을 도입해 신속하고 확실한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도모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권 후보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도 제안했다. 현행 강간죄는 성립 요건이 폭행, 협박으로 한정되기에 형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낙태죄 폐지 대체 입법 마련과 임신중단 상담서비스 표준화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비혼 출산지원법 도입도 약속했다. 비혼 여성이 정부 보조생식술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하자는 취지다.
자녀에게 아빠의 성을 물려주는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도 앞세웠다. 자녀 출생 때 부모가 협의해 아버지, 어머니, 부모 모두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부모 협의 원칙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권 후보는 이밖에 돌봄 분야에서는 임신·출생·산후조리 사회책임제로 국가의 돌봄 기능을 확대해 여성 가정·일 양립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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