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캐릭터, 액션 모두 만족스러운 에단 사가 최종편
- 해당 리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톰 크루즈가 불가능한 미션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29년이 드디어 화려한 종막을 맞이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8번째 영화이자 최종장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파이널 레코닝)'이 17일 개봉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톰 크루즈가 묘기대행진 수준으로 몸을 갈아 넣는 위험천만한 액션으로 유명하다. 아무래도 에단 역을 맡은 톰 크루즈 나이가 있다보니, 신작이 나올 때마다 시리즈 오랜 팬으로서는 걱정 반 기대 반의 복잡한 심경이었다.
에단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미련이 남고 아쉬우면서도, 이번에도 찍다 죽을 뻔 했다던 톰 크루즈 인터뷰를 생각하면 더 이상의 미션 임파서블은 노인 학대라는 생각도 든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파이널 레코닝의 러닝 타임 2시간 50분과 쿠키 영상이 없다는 정보만 입수하고 영화관에 입장했다.
■ 전작에서 계승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들
- 익숙한 나이프의 재등장은 왜였을까요
이번 작품은 전작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하 데드 레코닝)'에서 클리프행어로 이어지는 시리즈로 전작 줄거리를 알고 있어야 감상하기 매끄럽다. 영화 내에서 어느 정도 짧게 암시하거나 언급하긴 하지만, 100% 재미로 감상하려면 데드 레코닝을 한 번 복습하고 가길 추천한다.
데드 레코닝에서 AI 엔티티의 위협을 막기 위해 열쇠 찾아 삼만리를 떠난 에단, 드디어 오랜 원수 가브리엘의 뒷통수를 시원하게 날리고 십자가 열쇠를 손에 넣는다. 침몰한 세바스토폴 잠수함 속에서 엔티티 원본 소스 코드를 입수하고 각 국의 핵 시설을 손에 넣은 엔티티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그의 최종 미션이다.
디지털 세상을 정복한 엔티티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고, 모든 국가의 핵 시설을 점령해 발사하겠다는 실질적 위협이 발생 중이다보니 진행 자체가 직관적이고 목적 의식이 명확하다. 연이은 추격전으로 템포가 다소 느려졌던 전작 대비 깔끔하고 스피드한 전개가 돋보인다. 2시간 50분이라는 러닝 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서사 역시 매력적이다. 데드 레코닝에서 새롭게 합류한 그레이스와 파리가 리타이어한 일사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웠으며, CIA 요원 드가도 동료로 합류해 감초 역할을 했다. 루터와 벤지 역시 에단의 오랜 팀원답게 흔들림 없이 그를 든든하게 지지해준다. 벤지의 코믹한 연출이나 대사도 여전했다.
에단이 맡았던 이전 임무 장면의 회상이나 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이 재등장하는 등 향수를 느끼게 하는 팬 서비스도 훌륭했다. 젊은 시절 에단의 열심히 뛰는 모습, 현재의 에단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을 답답하게 했던 전 시리즈 맥거핀도 드디어 정체가 공개됐다.
■ 속도감은 덜하지만 밀도 있는 액션
- 잠수하는 건 에단인데 왜 관객까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지
액션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사실 에단도 30년 째 근속 중인 상태다보니 아무래도 빠릿빠릿하던 젊은 시절에 비해 액션의 속도감이 낮아지긴 했다. 실제로 잠수함에서의 일대일 전투 장면을 보면 전성기 에단에 비해 다소 아쉬운 맛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찍다 죽을 뻔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만큼, 액션 퀄리티 자체가 떨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에단이 지나온 30년의 세월을 반영하는 것 같아 현실감을 높이고 몰입감을 살려 주는 장치가 됐다. 톰 크루즈의 연세를 감안하면 이 정도도 굉장히 선방한 셈이다.
심해 속 잠수함 세바스토폴에서의 적막한 액션은 화려한 효과음이나 카메라 무빙 없이도 숨막히는 긴장감, 손에 땀을 쥐는 촉박함을 전달한다. 잠수복으로 제한된 시간과 무너지는 구조물로 탈출구가 막히는 등 '억까'에 가까운 고난 속에서도 에단 헌트는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아날로그 경비행기에서의 액션은 파이널 레코닝의 백미다.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해지지만, 8000피트 상공에서 거세게 부는 강풍을 뚫고 맨 몸으로 비행기에 매달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심지어 그 상태로 육탄전을 벌이기도 하니, 관객들은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에단이 생사의 기로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사이 에단의 팀 역시 그를 지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히 파이널 레코닝에서 새롭게 합류한 신입들의 액션은 에단 없이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 영화의 템포를 성공적으로 유지시켰다. 에단과 그레이스는 물론이고 파리와 벤지 등 올드 멤버와 뉴 멤버의 합도 관객을 즐겁게 했다.
■ 믿음으로 보답받은 30년 요원 인생
- 믿기 어렵겠지만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파이널 레코닝은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29년 간 헌신해 온 에단 헌트의 여정, 그리고 그의 선택이 만들어 낸 삶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톰 크루즈는 인터뷰에서 파이널 레코닝이 시리즈의 정점이며 완전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전작의 맥거핀이 해소되고 전작에서 계승된 인간 관계가 봉합되거나 엔딩을 맞는 등 전반적으로 '종결'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핵 전쟁으로 인한 인류 멸망이라는 공동의 위기를 앞둔 상황이라 파이널 레코닝에서의 에단은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미션을 수행한다. 여러 인물 간의 대립도 충돌도 있지만 그들 모두 관점이 다를 뿐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목적은 동일하다. 에단과 의견이 다른 반동 인물 역시 소위 말하는 '발암 캐릭터'로 그려지지 않아서 좋았다.
"우리 삶은 우리 선택의 결과이고, 우리는 과거를 벗어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영화 내내 꾸준하게 언급된다. 에단 역시 결함 없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의 헌신과 추구했던 가치가 드디어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시리즈 팬으로서는 감명 깊은 작품이다.
물론 뜬금 없이 인류 멸망을 최대 목적으로 삼은 AI 엔티티의 이유나 에단과의 사연이 있는데도 AI 딸깍 인생을 노리는 얄팍한 인물로밖에 보이지 않는 가브리엘 등 아쉬운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밀도 높은 액션과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시리즈 팬이었다면 꼭 관람하길 권한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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