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문 TV토론, 경제정책에 대한 집요한 토론 어려운 한계…노동 현안 등 이견 확인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5년 5월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초청1차 후보자토론회. 사진=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18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첫 TV토론(경제 부문)을 두고 정책 공약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보별 6분30초로 제한되는 시간 총량제, 상대 후보의 답변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등 규칙의 한계가 뚜렷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 후보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정책들, 구체적 설명이나 근거가 제시돼야 할 공약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TV 토론을 주요 쟁점별로 정리했다. 대선 후보자 초청 토론은 23일 사회, 27일 정치 분야가 예정돼 있고, 초청 외 후보자 토론회는 19일 진행된다.
규제 혁파, 평등, 이공계 출신, 내란 극복
각 후보들은 토론 시작과 끝 무렵 발언으로 지향점을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기 위해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규제혁파위원회' '규제혁신처'를 만들겠다고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한 그는 자신이 판교·광교 테크노밸리와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을 만들었다고 말한 뒤 '서민 대통령'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구 정의당) 후보는 '차별 없는 나라, 새로운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면서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삶이 더 밀려나선 안 된다고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 “광장의 주체들이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한다”며, “내란 세력을 압도적으로 패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중국의 위협'을 언급한 뒤 한국은 법률가 출신 정치인들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렸으며, 본인이 이공계 출신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서울 강북에서 신혼을 시작한 자신의 부모가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고, 그 아이가 국비 유학생이 되었고, 거대 정당의 대표까지 지났다면서 개인 서사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내란을 극복하는 노력'이 다음 미래 세대를 구할 거라며, 유능한 국민의 일꾼, 유용한 도구를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내란 세력 때문에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면서, “이번 선거는 심판 선거가 맞다. 유능한, 준비된 대통령 후보, 저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며 본인 선택이 '심판'이라 주장했다.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이었던 이날 네 후보 중에선 권영국, 이재명 후보가 첫 발언에서 5·18을 이야기했다. 권 후보는 광주 금호타이어 대규모 화재 피해자를 언급했다.
▲2025년 5월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초청1차 후보자토론회. 사진=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제 분야 집중 토론이었던 이날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이 첫 주제였으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 관련 비중은 높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토론에서 자영업자 부채 탕감 필요성 관련 이견이 확인되고, 김 후보는 명확히 답했다.
먼저 이재명 후보가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은 전부 국가 부채를 늘려가면서 자영업자와 국민을 지원했다”며 “채무 조정 정도를 넘어 정책 자금 대출 부분은 상당 정도 탕감을 해 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라고 묻자, 김문수 후보는 “금융 지원이 특별히 필요하고 그 외에도 소비 진작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재차 “국가 부채를 감수하고라도 다른 나라처럼 소상공인, 서민에 대한 코로나 극복 비용을 정부가 부담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그 부담을 정부가 떠안는 게 어떠냐” 물었다. 김 후보는 “코로나 때는 지나간 문제”라며 “적극적으로 소상공인을 생환시키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는 데에는 국가 부채가 일정 정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2025년 5월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초청1차 후보자토론회.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사진=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AI 정책
AI 정책은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 공약을 비판하면서 거론됐다. 이준석 후보가 '전 국민 생성형 AI 무료 사용 추진' 공약에 대해 “챗GPT 같이 상용화된 서비스로 하면 12조 원 가까운 예산”이 들고, 자체AI를 구축한다면 “대한민국 IT산업이 갈라파고스가 되는 것 아니냐”라고 물은 것이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생각하는 만큼 12조 원이 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R&D 예산을, 민간기업들하고 연합해 공동개발하면 된다. 운영 주체는 민간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각 후보들의 AI 공약 차이점이나 실현가능성을 알 수 있는 토론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AI 세계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AI 100조원(정부+민간) 투자 시대 개막, AI 국가인재 양성 △국가 AI 데이터 직접 클러스터 조성, 고성능 GPU 확보 △AI 기본사회 구축, 생성형 AI 무료 사용 추진 △수학·과학·공학·기술 교육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AI·에너지 3대 강국, 과학기술인이 우대 받는 나라'를 위해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글로벌 초고속 AI데이터센터 구축 △AI 관련 규제혁신 기준국가제 도입 △AI 생태계 혁신 전방위 지원 △원전 비중 확대로 AI시대 전력 수요 대응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후보는 'AI 산업은 압도적 데이터 자유'라는 구호 아래 △AI학습용 데이터 개방 △LLM(거대언어모델) 경쟁력 확보 기반 마련 등을 꼽았다. 권영국 후보는 별도 AI 공약을 내지 않았다.
▲2025년 5월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초청1차 후보자토론회. 왼쪽부터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사진=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노란봉투법
경제 분야로 정해진 이날 토론에는 노동 관련 현안이 꾸준히 올랐다.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 온 권영국 후보가 노동운동가 출신이자 윤석열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문수 후보를 압박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경우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언급했다가 권 후보가 그의 주장을 반박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노란봉투법은 헌법에도 안 맞고 민법에도 안 맞다”며 “계속 밀어붙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있나”라고 말한 뒤 권 후보가 반박하고 나섰다.
권 후보는 “진짜 사장에게 교섭하자는 게 악법인가. 자기가 행한 책임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법이 악법인가”라며 “헌법 33조, 노동3권에서 보장하고 있는 진짜 사장에게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단체교섭권이다.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먹었나”라고 했다. 이어 “손해배상 청구를 각자의 책임에 따라서 하자는 것이 어떻게 민법에 위반이 되나. 법을 모르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가 '야당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걸 반대하고 기껏 만들어내는 것이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 또한 다시 반박을 불렀다. 권 후보는 “매년 산재로 몇 명의 노동자가 죽는지 아시지 않나. 구의역 김 군,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파리바게뜨 SPL 박선빈, DLENC 건설일용직 강보경, 이런 청년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 하루 6명의 노동자가 출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 여야 합의로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인가. 저는 제2의 윤석열을 보는 것 같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위주의 법”이라며 “사람이 죽고 난 다음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해서 재해가 줄어드느냐”고 반문하자, 권 후보는 “아무리 예방을 하라고 하라고 해도 돈이 드니까 지금까지 안 해 온 것”이라며 “유족들이 그 추운 겨울날 단식하면서 만든 거다. 이걸 함부로 무시하는 노동부 장관, 과연 자격 있었나”라고 했다.
▲2025년 5월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초청1차 후보자토론회.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사진=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노동 시간 단축
노동 시간에 관해선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제 예외', '주 4.5일제' 논쟁이 있었다. 김문수 후보는 “연구개발(R&D)을 하고 연봉이 상당히 높고 건강권이 보장되면 주52시간제 예외라도 해달라는데 안 해줘서 고용노동부 고시로 했다”며 “반도체 지원하겠다는 게 모순 아닌가”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3개월 단위 유연제를 6개월로 늘리면 충분하다, 총 노동 시간을 늘리지 않고 노동시간 변형에 따른 수당을 다 지급한다면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것보다 좋은 제도가 아니어서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 6개월로 늘리는 걸 도와달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 않았나”라는 반문으로 답을 갈음했다.
권영국 후보의 경우 “지금 시대에 노동시간 늘려서 산업경쟁력을 살리겠다? 어느 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나”라면서 “SK하이닉스는 주 43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에서 지금 문제가 생겼다. 기술력 문제를 갖고 노동시간을 이야기하는 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이 반박했다.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임금 감소가 없는 주 4.5일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묻자, 이재명 후보는 “점진적으로 타협을 통해 나아가야 된다”고 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어떻게'가 없다며 이 후보를 “사이비 종교”에 빗댔는데, 후보 본인의 구상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주4.5일제 단계적 도입 및 정년 연장 추진', 김문수 후보는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주52시간제 유연화 추진' 및 '유연근무' 방식의 주4.5일제를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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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초청1차 후보자토론회.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사진=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호텔경제학·커피 원가120원…김문수·이준석 '협공'
이날 토론회에선 주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1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비판적 질문이 집중됐다. 김문수,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설화를 부각했는데 각자의 주장이 공전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준석 후보는 이른바 '호텔경제학' 논란을 들어 “그림을 보면 도는 과정에서 돈이 사라지지 않고 한 방향이 1로 계속 돈다. 무한동력인가”라고 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그림은 내가 그린 게 아니고 예일 뿐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며 “극단적인 예를 들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두고 “지금도 120원이라 생각하나”라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2019년 봄 정도에 120원 정도 한 게 맞다. 인건비나 시설비 같은 게 감안되지 않은 것이다. 원료값이 이 정도 드니까 가게를 바꿔서 비용을 지원해줬더니 닭죽 파는 것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영업하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이라고 답했다.
이날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불법 대북 송금'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이 후보가 과거 김문수 경기도지사 선거 캠프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들어 반격하기도 했다.
▲2025년 5월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초청1차 후보자토론회. 사진=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이재명에 '차별금지법' 각 세운 권영국
권영국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차별금지법으로 각을 세웠다. 권 후보는 “광장(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등)에서 2030 청년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것이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이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 총재 지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하신 바가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도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2013년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법안을 발의했다”며 “이재명 후보께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시나”라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지금 현재는 너무 현안들이 복잡한 것이 많이 얽혀 있어서 새롭게 논쟁, 갈등이 심화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권 후보는 “알겠다. 영원히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이준석 후보가 권 후보에게 어떤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지 묻기도 했다. 이에 권 후보가 “학력, 학벌, 고용 형태,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이런 모든 것을 통틀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하자, 이 후보는 다시 “전과가 있는 사람은 기본권이 제약되는지” “음주운전은?” 등 질문을 이어갔다. 전과, 음주운전 언급은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질문으로 해석됐다.
'윤석열' '내란' 김문수 꼬리표
김문수 후보는 첫 토론에서부터 '내란 세력'으로 규정됐다. 권영국 후보는 그에게 “윤석열씨가 12월3일 내란의 우두머리라는 사실 인정하나”라며 “계엄이 이 나라 경제에 비수를 꽂았다는 사실 인정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는 “내란이라기보다는 계엄을 했다” “내란이냐 하는 것은 재판 중이고 여러 판단이 남아 있다. 계엄으로 인해 소상공인이라든지 경제가 어려워진 점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권영국 후보의 마음은 내란 때문에 경제가 이렇게 나빠졌다. 그래서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해결책이 생기지 않나 생각을 했다. 저도 거기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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