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6ㆍ3 대선 스페셜 에디션
공약논쟁前 5편 상법 개정안 上
상법 개정안 논쟁 떠올라
찬반 강하게 맞붙고 있어
경제단체들 “입법례 없다”
이수만-SM엔터 경영권 분쟁
판결문서 비례적 이익 언급
공약 논쟁하기 전 다뤄야할
상법 개정안 배경과 함의
대선을 앞두고 폐기됐던 상법 개정안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법 개정안'을 공약으로 꺼내들었다. 그러자 국민의힘과 경제단체들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입법이라면서 반론을 강하게 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대체 뭐기에 이렇게 법석을 떠는 걸까. 6ㆍ3 대선 스페셜 에디션 공약논쟁前 5편에서 상법 개정안을 논쟁하기 전 논쟁할 이슈를 살펴봤다. 그 上편이다.
6·3 대선에서 떠오른 논쟁 중 하나는 상법 개정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통해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다. "상법 개정안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공약 3번 '공정경제 실현')."
상법 개정안은 4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당시)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결과적으로 폐기됐다.[※참고: 4월 17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196 대 103으로 부결됐다. 법률안 재의결의 정족수는 재적의원의 3분의 2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론을 펴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4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를 향한 무분별한 소송을 초래하고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과도하게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상법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도대체 상법 개정안이 뭐기에 양측이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는 걸까. 일단 개론부터 집어보자. 상법 개정안의 골자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가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82조의 3).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 조문을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 국한한다고 해석해 왔다. 따라서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더라도 회사에 손해가 없다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개정안은 이사의 '법적 책임'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사가 회사를 넘어 일반 주주에게도 충실해야 한다는 거다. 이 논리에 긍정론을 펼친 이들도 적지 않은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표적이다. 이 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주주를 향한 신의성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공론화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기업 밸류업 추진 의지에 의심을 품을 수 있다(2024년 5월 16일 뉴욕 기자간담회)." "주주가치 제고를 둘러싼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 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하겠다(3월 13일 기자간담회)."
하지만 경제단체들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세계 어디에도 "이사의 충실의무를 일반 주주에게까지 확대한 곳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상법 개정안은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인 자본 다수결 원칙과 회사·이사 간 위임관계를 훼손해 우리나라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한국경제인협회 2024년 6월 11일 보도자료)"는 주장도 내놓는다.
대체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 경제단체들이 내놓는 주장처럼 '이사의 신의성실 의무를 규정한 입법례'는 없는 걸까. 상법 개정안을 논쟁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논쟁해보자.
첫번째 질문, "상법 개정안과 같은 입법례는 정말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2023년 법원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로 해석할 수 있는 판결을 남겼는데, 흥미롭게도 SM엔터테인먼트 사건에서였다.
시계추를 2023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2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당시)은 신주와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발행하려는 회사를 상대로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SM엔터의 목적은 당시 최대주주(지분 18.46%)였던 이수만 회장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거였다.
이를 위해 SM엔터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2023년 2월 7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와 CB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유증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카카오가 SM엔터의 지분 9.05%를 취득하며 2대주주로 올라서는 구조였다. 이 회장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SM엔터를 상대로 가처분을 제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참고: 이 회장은 하이브에 총 14.81%의 지분을 매각하며 카카오가 2대주주가 올라서는 것을 막았다. 그 과정에서 3.65%의 지분만 남겼다.]
그로부터 한달 후인 3월 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이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제시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3.65% 지분의 비례적 이익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법원은 이수만 회장이 신청한 가처분을 인용하며 비례적 이익을 언급했다.[사진 | 연합뉴스]
여기서 비례적 이익이란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의 비율만큼 보장하는 이익을 뜻한다. 법원이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각 주주가 보유한 지분만큼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결한 거다. 이는 이사회 결정의 위법 여부를 회사가 아닌 주주를 향한 충실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안과 맞닿아 있다.
판례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경협의 주장과 달리 입법례도 존재한다. 이 이야기는 공약논쟁전 상법 개정안 하편에서 이어나가보자.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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