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USIM) 해킹 사태가 발생한 SK텔레콤이 신규 가입 업무 중단을 시작한 5일 서울 시내의 한 SK텔레콤 직영점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에스케이(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 정보 유출 사태로 알뜰폰 사업자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사고 이후 통신사 변경을 고려하는 가입자가 늘어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과 비대면 개통 서비스가 매력인 알뜰폰으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16일 가격비교 서비스 ‘다나와’ 집계 자료를 보면, 5월 둘째 주(5월5~11일) 자급제 단말기 거래액은 에스케이텔레콤 해킹 발표 직전인 4월 셋째 주(4월14~20일)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나와 쪽은 “통상적으로 쇼핑 수요가 둔화하는 연휴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자급제폰에 대한 수요가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자급제 단말기는 소비자가 이동통신 3사를 거치지 않고 기기를 따로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에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다. 통신사의 약정할인·결합상품 등에 묶이지 않고도 저렴한 요금을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알뜰폰 중개 플랫폼 ‘모요’도 에스케이텔레콤의 유심 무료 교체서비스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기준, 알뜰폰 개통 신청 건수가 전달 대비 5배 이상 급증했고, 플랫폼 일간 방문자 수도 사고 발표 전주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심 정보 유출로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유심을 교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알뜰폰을 찾았다는 방증이다.
알뜰폰 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단점을 ‘유심 배송 서비스’로 보완하고 있다. 요금제에 따라 기존에도 신규 가입자에게 무료 유심을 택배로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당일 퀵 배송 서비스까지 확대 적용하는 추세다.
금융권 알뜰폰 브랜드들도 에스케이텔레콤 사고를 계기로 마케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케이비(KB)국민은행, 토스에 이어 지난달 금융권에서 세 번째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자사 알뜰폰 요금제 가입자 대상 고금리 적금 상품인 ‘우리원(WON)모바일 적금’을 지난 15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연 3.0%에, 자사 알뜰폰 요금제 이용 및 통신비 계좌 자동이체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연 4.0%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추가된다. 최고 연 7.0%의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고물가 시대에 통신비는 줄이고 적금 이자는 늘리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셈이다.
알뜰폰 업계는 예상치 못한 호재로 ‘가입자 1000만명 시대’ 달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을 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알뜰폰 휴대전화 가입자 수(회선 기준·사물인터넷 회선 제외)는 약 976만명으로 전달 대비 11만명 넘게 증가했다. 연내 1000만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에스케이텔레콤 사태가 촉매 역할을 하면서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