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조성해 국부 유출 막아야” vs “시장 들썩이는 효과밖에”
생태계 구축 목소리 크지만…금융위·한은 주도권 경쟁 가능성도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8일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현실화가 쟁점으로 떠오르며 경제 분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국부 유출 막아야” vs “시장 들썩이는 효과밖에”
전날 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공약’에 대해 “(원화 가치와 일대일로 연동되는 준비금 보유가) 동작 가능한지 물을 수 밖에 없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안에 들어갈 담보는 무엇인지, 시장 리스크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원화 기반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조성해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준석 후보는 “(미국의) 스테이블코인은 USDC와 USDT가 있는데, USDC의 경우 주체가 계좌 동결을 할 수 있어 훨씬 관리가 엄격한 반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자금의 불법적 유통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를 할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 없이 실제로 이야기해버리면 작전주 하던 것처럼 시장 들썩이는 효과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이재명 후보는 시간 관계상 구체적인 답변을 이어가지 못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금 등 특정 자산과 일대일로 연동돼 가치가 고정되는 가상자산을 뜻한다.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비교해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인 거래, 결제 등을 도모할 수 있어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표적으로 달러 준거형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나 서클(USDC) 등이 있다. 테더와 서클은 1코인당 1달러에 연동된다. 이들은 증거금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3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시장 구축 목소리 크지만…규제 권한 주도권 싸움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향후에도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커 국내에서도 제도 마련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태다. 기존 가상자산과 명확히 구분해 별도의 법적·제도적 틀로 규율한다면 시장은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거래소도 특정 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 세탁 방지 규제를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제도가 명확히 확보된다면, 일대일 연동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보완 수단을 비롯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사업자의 환급 능력을 명확히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준비 자산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가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작년 티메프 사태 등의 피해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은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 진흥을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이번 주에 발의할 예정이다. 최소 50억원 이상의 준비금 요건과 금융위원회 인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인가권을 두고는 아직 주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상태다. 원화와 일대일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통화정책을 비롯해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에까지 파급을 줄 수 있어 도입 단계부터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도한 규제는 민간 혁신성을 저해하고 시장 초기 성장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규제 샌드박스도 경우에 따라 1년이 넘게 걸리는 상황인데 금융위와 더불어 한은 인가까지 받게 된다면 사실상 규제 비용이 확대되는 셈”이라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 생태계 구축에 있어 민간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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