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일상에서 쓰이는 연속파 레이저와 특수 나노입자를 활용한 형광영상 구현 원리와 응용 예시. UNIST 제공
국내 연구팀이 발표 등 일상에서 쓰이는 레이저포인터 수준의 광원으로도 생체조직 내부 깊숙한 곳을 또렷하게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억원의 고가 레이저 장비 없이도 고해상도 의료영상을 촬영하고 빛으로 병변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광역학(PDT)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박정훈·주진명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나노 입자를 활용해 일반 레이저 광원만으로 생체조직 내부를 3차원 촬영할 수 있는 비선형 형광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3월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공개됐다.
생체조직은 빛이 산란되기 쉬워 또렷한 이미지를 촬영하기 어렵다. 초점 부근에서만 형광을 발생시켜 노이즈 데이터를 걸러내는 다광자 현미경 같은 특수 관찰 기술이 활용된다. 다광자 현미경은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펨토초 레이저를 광원으로 쓰기 때문에 일반 병원이나 실험실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펨토초 레이저는 빛을 매우 짧은 시간에 집중한 펄스(짧은 파동)로 발사한다. 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를 말한다. 펨토초 레이저에서 나온 광자(빛의 입자) 2개가 동시에 초점 부근의 생체분자 1개에 도달하면 형광이 나타나는 것이 다광자 현미경의 원리다. 광자 밀도를 순간적으로 높일 수 있는 펨토초 레이저가 필요한 이유다. 광자 밀도가 낮은 일반 레이저는 광자 2개가 동시에 한 분자에 도달할 확률이 낮다.
연구팀은 '상향변환 나노입자(UCNPs)'라는 나노물질을 활용해서 펨토초 레이저 없이도 초점 부근에서만 형광을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먼저 혈류를 통해 나노입자를 표적 부위에 주입하고 일반 레이저를 쏘면 나노입자가 레이저 광자를 흡수해 자외선이나 청색 형광으로 방출하는 원리다. 빛이 집중된 영역에서만 강한 형광이 나온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로 살아있는 쥐 뇌혈관을 다광자 현미경과 비슷한 약 8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깊이까지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 현미경보다 6배 깊은 수준이다. 초당 30프레임 속도로 혈류의 흐름까지 실시간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결과는 빛을 병변에 침투시켜 파괴하는 광역학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기존 광역학 치료는 빛이 통과하는 경로의 정상 조직까지 손상되는 부작용이 있다. 초점 부근에서만 형광이 발생하도록 하면 병변 부위만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값비싼 레이저 없이도 고해상도 생체 이미징과 정밀 광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기술"이라며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기존 진단 장비와 병행하면 의료 현장에서 뇌혈류 흐름이나 국소적 대사 반응 등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02/adma.202502739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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