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프리미엄화'
신흥시장 중심 ASP도 상승
소득 증가·5G 전환 등 영향
삼성·애플, 프리미엄화 수혜
사진=삼성전자 인도 뉴스룸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가 프리미엄폰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높던 신흥시장에서도 프리미엄폰을 찾는 사용자들이 늘면서 평균판매단가(ASP)도 올랐다.
프리미엄폰에 푹 빠진 신흥시장…ASP도 '사상 최대'
19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카날리스 등 복수의 시장조사업체 분석을 종합한 결과 인도·동남아·아프리카·중동을 포함한 신흥시장 중심으로 스마트폰 프리미엄화 추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ASP는 356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모델에 집중한 결과다.
브랜드별로 보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프리미엄화를 주도하고 있다.
고가 모델 중심인 애플은 903달러로 전 세계 ASP를 2.5배 웃돌았다. 아이폰 프로 모델이 중산층 수요를 견인하면서 900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724달러를 기록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179달러 올랐다. 지난해엔 아이폰 전체 판매량 중 프로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아이폰15 프로·프로 맥스, 아이폰16 프로·프로 맥스 모두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252달러에서 299달러로 올랐다.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4 시리즈를 전작보다 더 많이 판매해 ASP를 끌어올렸다. 특히 갤럭시S24 울트라는 지난해 세계 판매량 7위를 기록했는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갤럭시S 시리즈다.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을 앞세워 수요를 선점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판매량 상위 10개 모델 중 AI폰은 갤럭시S24 울트라가 유일하다.
소득 늘어난 인도·5G 전환 동남아, 프리미엄폰 수요↑
무엇보다 신흥시장 변화가 두드러진다. 프리미엄폰인 갤럭시S 시리즈, 아이폰 시리즈 모두 신흥시장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와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는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도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서 스마트폰 프리미엄화가 진행됐다. 500달러 이상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이 54% 점유율로 선두를 달렸고 삼성전자가 30%로 뒤를 이었다. 올 1분기에도 아이폰16e가 인도 중소도시에서 영향력을 강화했고 갤럭시S25 시리즈의 경우 이 기간 전작보다 판매량을 5% 늘렸다.
동남아 시장은 지난해 ASP가 전년보다 4% 떨어졌지만 향후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 지난해의 경우 100~300달러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가 집중되면서 해당 가격대 제품이 포화 상태에 이른 영향이 컸다. 다만 현지에서 영향력이 큰 오포·삼성전자 등의 브랜드가 동남아 전역에 프리미엄 체험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베트남 등 5G 전환 지역에선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고가 제품 판매를 확대할 기회를 열 수 있다.
프리미엄폰, 사회적 지위 상징으로…중동선 삼성 '강세'
중국 브랜드들이 저가형 모델을 앞세워 격전을 벌이는 중남미 시장에서도 프리미엄폰 소비자층이 확대됐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지역 스마트폰 출하량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 간 경쟁이 격화한 영향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한 1억3700만대를 기록했다. 가성비 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애플은 이 지역에서 출하량을 같은 기간 44% 이상 늘려 프리미엄폰 수요를 견인했다.
아프리카 시장은 중저가형 제품 격전장이지만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지난해 ASP를 전년보다 9% 끌어올린 240달러를 기록했다. 이 지역에서 스마트폰을 사회적 지위의 상징처럼 인식하는 도시 중산층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아 200~600달러 제품군 판매를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동 시장은 ASP가 꾸준히 상승하는 뚜렷한 프리미엄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지역에서 ASP를 27% 끌어올려 478달러를 달성했다. AI폰 수요가 집중되면서 갤럭시S24 시리즈 판매량이 전작보다 54% 급증한 영향이다. 이는 AI 기능을 강화한 갤럭시S25 시리즈 판매량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도 전년보다 14% 증가했는데 프리미엄 기기 수요 증가가 이를 뒷받침했단 분석이다.
사진=애플 뉴스룸
1분기 프리미엄폰 수요 지속…"시장 프리미엄화 추세"
올 1분기에도 프리미엄폰 수요 강세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5 시리즈 출시로 지난 3월 판매량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냈다. 특히 갤럭시S25 울트라 모델 판매 비중이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1분기 스마트폰 ASP가 지난해 연간 평균보다 약 11%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보급형으로 불리면서도 고가 스마트폰에 포함되는 아이폰16e는 1분기 애플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아이폰16 시리즈는 이 기간 아시아태평양·중남미·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확판 기조를 통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불확실성을 타개해 나갈 계획이다. 갤럭시S25 판매량을 늘리고 사전 판매 중인 초슬림형 모델 갤럭시S25 엣지로 추가 수요를 창출해 플래그십 중심의 확판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애플은 내년 아이폰18 시리즈를 시작으로 매년 2회에 걸쳐 신제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당초 연 1회 신제품을 공개했지만 아이폰18 프로·프로 맥스를 내년 9월에 선보이고 이듬해 초 아이폰18 기본형·보급형(e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작 출시 효과를 이용해 프리미엄폰 수요를 연중 유지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제프 필드핵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애플은 중산층이 수요를 견인하는 신흥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고 삼성은 출하량이 감소했는데도 ASP 상승으로 매출액이 증가했다"며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들은 스마트폰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얌 차우라시아 카날리스 수석연구원은 "애플과 삼성은 강력한 플래그십 수요 속에서도 회복력을 유지했고 이는 시장의 지속적인 프리미엄화 추세를 반영한다"며 "하이엔드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플래그십 시리즈의 프리미엄 버전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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