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이병주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합금의 용융 특성을 쉽고 빠르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왼쪽부터) 이병주 포스텍 교수, 김형섭 교수, 왕재민 박사, 권현석 박사, 오상호 박사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 스마트폰, 비행기 등은 다양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금속들은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금속을 합쳐 만든 '합금'이다. 그런데 합금이 얼마나 튼튼하고 잘 작동하는지 알아보려면, 금속이 녹기 시작하는 온도와 완전히 녹는 온도를 알아야 한다.
이 두 온도를 '고상선(Solidus)'과 '액상선(Liquidus)'이라고 한다. 이들은 합금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두 온도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실험이 필요해 새로운 합금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큰 비용이 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만든 AI 모델 'AlloyGCN(그래프 기반 AI)'은 금속 성분과 기본 특성 정보만 입력하면, 복잡한 열역학 계산 없이도 고상선과 액상선을 예측할 수 있다.
AlloyGCN 기술에서의 모델링, 검증 및 분석 개요도
이 AI 모델의 핵심은 '그래프 신경망(Graph Neural Network)' 기술이다. 금속을 이루는 원소들을 점(노드)으로, 원소 간 관계를 선(엣지)으로 연결함으로써 일종의 네트워크처럼 분석해 금속 원소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머신러닝 기술보다 훨씬 뛰어난 예측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모델은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기법도 적용해 단순히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금속의 어떠한 특성이 예측에 큰 영향을 줬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도록 설계했다.
실제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철, 알루미늄, 고엔트로피 합금 등 금속 시스템에 대한 고상선과 액상선 예측에서 정확한 값을 도출해냈다. 이는 AI가 단순 반복 학습을 넘어 물리학적 의미까지 해석하며 실제 실험과 이론을 잇는 '지능형 소재 설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병주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항공우주, 금속 3D 프린팅, 전기차 부품 등 고성능 금속 소재가 필요한 산업에서 빠르게 합금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수소 저장 능력, 기계적 강도, 수소 취성 등 다양한 합금 특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모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세계 학술지인 '악타 머터리얼리아(Acta Materialia)'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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