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출시·업데이트 시기 몰리면 '분단위 관리제' 운영
주52시간 맞추려 일정시간 자리 비울 땐 근무시간 제외
"일 없을 땐 조기퇴근 등 유연화로 창의성 지켜야" 목소리
게임업계 관련 지표/그래픽=이지혜
#A게임사 직원 B씨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잠시 회사 1층 카페로 나갔다. 서로의 안부를 묻다보니 금세 30분이 지났다. 자리에 돌아왔더니 모니터에 자리를 비운 이유를 적으라는 메시지와 함께 '휴식'과 '업무'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는 표시가 떠 있다. B씨는 '개인 사유'라고 적어넣고 '휴식'을 선택했다. 자리를 비운 시간은 B씨의 근무 시간에서 제외됐다.
대선을 앞두고 양당에서 '주 4.5일제'를 공약을 내세우자 게임업계가 한숨을 쉰다. 게임업계처럼 지식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은 일이 몰릴 때 주52시간 근무도 부족해 '분 단위 업무 관리제'를 적용하는데, 실상을 너무 모른다는 반응이 나온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C사는 직원들이 비업무 공간에서 5분 이상 머물면 근무 시간에서 제외한다. 직원들이 비업무 공간으로 이동시 게이트에 사원증을 태깅(접촉)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자리 비운 시간이 확인된다. 회의 등 업무 목적은 예외다. D사는 15분 이상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그 시간을 근로 시간에서 제외할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게임사 대부분이 5~2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노동시간에서 차감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게임업계가 '분 단위 업무관리제'를 유지하는 것은 주 52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게임은 전문개발인력 의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신규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 시기에 집중 근무가 필요하다. 이럴 때 주52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분 단위로 근무시간을 확인한다.
경직된 근무제가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을 저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게임 수출액은 전체 한국 콘텐츠 수출액의 58.1%를 차지해 비중이 컸다. 그러나 수출액만 보면 2023년 10조9576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게임 수출이 역신장한 것은 2000년(-5.7%) 이후 23년 만이다.
업계에서도 유연한 근무제 도입을 주장한다. 일이 몰릴 때는 집중 근무하고 바쁜 일이 지나면 휴식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유연근무제와 재량근로제를 확대하고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콘진원이 실시한 '2024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 1510명 중 886명(58.7%)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게임산업은 개발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 높은 수준의 급여와 복지 제도를 갖췄다. 지난해 넥슨 자회사 네오플은 직원 평균 급여 2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시프트업 등 상당수도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이다.
복지도 파격적이다. 넥슨과 넷마블은 연차 외에 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15일의 안식휴가와 각각 최대 500만원, 1000만원의 휴가비를 지급한다. 크래프톤은 임직원 자녀 1명당 총 1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이외 수백만원대 복지포인트와 사내 전문의 상주 병원, 어린이집, 피트니스, 카페 등 다양한 복지 시설을 갖췄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이 고도의 창의력을 요하는 산업이기에 '종사자'를 '창작자'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일이 몰릴 때는 근무시간을 늘리고 일이 없을 때는 일찍 퇴근하는 유연한 근무방식 등으로 이들의 창의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coldbell@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