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대선공약 대해부 ⑨
[편집자주] 대선 공약은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의 청사진이다.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등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미래를 약속한다. 후보별 공약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야별로 뜯어본다.
대선 후보별 주요 인구 정책 공약/그래픽=윤선정
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저출생, 노인 복지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막상 컨트롤타워가 될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설립을 약속한 후보는 아직 없다. 저출생·고령화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는 큰 상황이라 추후 인구부가 정부조직법 개편에 포함될 지 주목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요 대선 후보들의 사회복지 공약은 일부 혜택 제시에 그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녀 수에 비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한도 상향 △아동수당 18세 미만으로 확대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내세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결혼하면 3년, 첫 아이 3년, 둘째 아이 3년 등 총 9년간 주거비 지원 △청년·신혼·육아 부부 주거지원 확대를 위해 매년 20만호 공급 △아이 양육 기간 중 소득세 감세 확대 등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대학 미진학자 청년에 총 5000만원의 든든출발자금 대출 △다자녀 가족 차량 전용차선 이용 정도다.
앞으로 5년 간이 저출생을 해결할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을 밑돈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1명이다. 이렇게 초저출생이 이어진다면 약 50년 뒤인 2072년에는 3분의 2 수준인 3600만명으로 줄어든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설 조직이 필요하다"며 "사회 현상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제인 만큼 보다 체계를 갖춰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 또는 특별회계를 설립하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유연하게 활용하든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한 안정적인 재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대통령 직속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해당 역할을 맡고 있지만 각 부처에서 1~2년 파견직 공무원으로 이뤄져 정책 연속성을 갖기 힘들어 인구부를 설립해야 한다는 여야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지난해 말까지 인구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임하고 저출생 관련 예산을 심의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였으나, 탄핵 정국 이후 논의가 멈췄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부를 만들게 된다면 저출산과 노인, 국내 인구이동을 담당하는 부서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설 교수는 저출산 정책으로 인구가 늘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리는 만큼 이민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설 교수는 "이민 수용은 혐오 극복과 일자리 경합 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많다"며 "이를 인구부가 감당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 이민처를 신설해 관할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관련해서도 일부 후보는 연금 개선과 돌봄체계 강화를 약속했지만 그동안의 제기돼 온 방안들의 연장선상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부터 노인인구(65세 이상)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705만명의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노인인구로 편입된 영향이다. 이어 향후 15년간은 954만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노인이 되면서 204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될 전망이다.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국민연금도 고갈 우려가 커지자 여야는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에는 성공했지만 고갈을 막기엔 충분치 않다. 은퇴시기와 연금 수급 개시연령까지의 소득 공백(크레바스), 40%에 달하는 높은 노인빈곤율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다.
이 후보는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 축소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춘 정년 연장 등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국민연금 재정 강화를 위한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 △사회 서비스형 어르신 복지 일자리 확충을 약속했다. 이 후보와 김 후보는 모두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후보는 △구연금·신연금 재정 분리 △구연금 자동조정장치·국고 조기 투입으로 재정 강화를 거론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에 따라 돌봄 강화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운영시스템을 대폭 바꿔야 한다"며 "현재 공개된 공약으로 판단할 땐 리더십을 갖고 인구 문제를 해결할 만큼 충분해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수개혁도 국민연금 고갈을 미루기 위해 당장의 급한 불만 끈 데 불과하다"며 "새정부는 기초연금과의 관계, 퇴직연금 내실화 등 초고령사회에 지속가능한 연금 체계를 만들기 위한 후속 논의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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