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3E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공급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던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관계가 파국을 면했다.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 장비를 다시 구매에 나섰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16일 SK하이닉스로부터 열압착(TC) 본더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428억원으로, 공급 기간은 7월 1일까지다. TC 본더 1대당 가격은 3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물량은 15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번 수주가 관심을 모으는 건 양사 충돌로 협력 관계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메모리로 떠오른 HBM 상용화에 깊게 협력해왔다. HBM은 D램을 적층한 후 위·아래를 붙여 만드는데, 이 접합 장비(TC 본더)를 한미반도체가 공급했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제품인 HBM3E까지 한미반도체 장비를 써왔다.
갈등은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본격화됐다. 한화세미텍이 후발주자이고, 특허 피소를 당했음에도 SK하이닉스가 한화 장비를 더 고가에 매입하는 식으로 차별 대우한다면서 한미반도체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한미반도체는 이에 수년간 동결한 TC 본더 가격을 4월 1일부로 전격 인상했다. 또 장비 운용을 위해 SK하이닉스 생산라인에 투입했던 유지·보수 인력까지 철수해 양사가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었다.
한미반도체
하지만 거래가 재개되면서 봉합 수순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가 가격 인상에, 인력 철수라는 다소 도발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HBM 생산에 중요한 공급 업체이기 때문에 협력 관계를 완전히 깨지 않고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AI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고, 이에 HBM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을 복수로 운용하겠다는 뜻이다. 한화세미텍도 지난 16일 한미반도체와 나란히 HBM 장비를 수주했다. 규모는 한미반도체보다 소폭 작은 385억원이다.
다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가 장비 다변화의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한미반도체도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외에도 미국 마이크론에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에 제기한 특허소송도 변수다. 소송서 승소하면 한화와의 시장 경쟁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공급망 내 주도권도 다시 한미반도체가 찾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향후 TC 본더 공급사를 다변화할 예정인 만큼, 공급 물량을 두고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의 TC 본더 추가 발주가 예정된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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