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정보 한국에서 처리' 원칙 정면충돌하는데도 지속 압박
美빅테크 보유데이터 정부 접근 '클라우드 Act' 우려도 고조

'국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이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05.12 /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구글이 차세대 핵심기술의 기반으로 꼽히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지속 요구해 한국의 디지털 주권(Data Sovereignty)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 거두절미 거절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5월 중으로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검토 기간을 연장해 8월 11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서를 제출했다.

구글의 반출 요구는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3번째다. 반출 가부는 각 부처가 참여한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정부는 국가 안보 위험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구글이 요구한 지도 데이터는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해 골목길까지 자세히 식별할 수 있다.

그만큼 군사시설 등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위험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은 구글에 반출을 허용하면 한국 정부의 '민감 정보는 국내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 정부와 구글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디지털 주권 포기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 주권은 국가 내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해당 국가의 법률과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원칙으로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이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미국 내 '클라우드 액트'(CLOUD Act)은 미국 기업이 진출한 국가의 디지털 주권을 언제든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르고 있다.

클라우드 액트는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으로 미 정부 시각에서 테러·사이버 범죄 등을 이유로 빅테크가 보유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고정밀 지도데이터 등 주요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되면 미국이 특정한 절차를 거쳐 한국의 법적 통제력 등을 무력화할 우려가 커진다.

구글 AR 지도 서비스 화면 (구글 유튜브 채널)

구글의 지속적인 반출 요청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국가를 압박하는 단계까지 확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역대표부는 올해 3월 발표한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 조치를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다.

구글 외 애플·MS·메타 등도 인공지능(AI)·증강현실(AR)·자율주행 등 차세대 산업에서 공간정보의 전략적 가치가 급상승하자 지도 데이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구축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구글에 넘겨주는 건 국내 기업과 역차별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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