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축제 현장의 쓰레기통이 가득 차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분리수거 통이라도 있었으면”
큰 쓰레기통 안에 일회용 쓰레기들. 각종 음식물과 뒤섞인 채 산처럼 쌓여 있다. 갈 곳 잃은 쓰레기들은 그대로 통 밖으로 밀려나 바닥에 떨어진다.
이 곳은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봄 축제 현장. 어질러진 쓰레기통 뒤로는 유명 가수의 공연을 보고 있는 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예외는 없다. 모두 일회용 컵이나 접시에 담긴 음식물을 먹고 있다. 학생들이 운영하는 간이주점 테이블 위에도 수저와 그릇, 테이블보 등 일회용품이 즐비하다.
15일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간이주점 테이블 위에 일회용품이 놓여 있다. 김광우 기자.
분리수거도 이뤄지지 않는다. 커다란 쓰레기통과 봉투 안으로 모든 쓰레기가 버려진다. 한쪽에 설치된 100L 용량의 쓰레기통이 30분도 안 돼 가득 차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특정 대학의 문제는 아니다. 축제 기간이면 대량으로 배출되는 일회용 쓰레기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다회용기 도입 등 실질적 변화를 추진하는 곳은 일부에 머물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축제 현장에 버려진 쓰레기들. 김광우 기자.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지난해 11월 최근 2년 내 대학 축제 참여자를 대상으로 축제 쓰레기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축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사용 경험 비중이 92%에 달하는 일회용 쓰레기 배출 문제가 주로 지적됐다. 하지만 축제에서 음식을 구매할 때 다회용기를 사용해 본 참여자 비율은 전체 17%에 그쳤다.
이뿐만 아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인 55%는 축제에서 나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 별도의 분리수거함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5일 오후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축제 현장에 버려진 쓰레기들. 김광우 기자.
실제 지난 15일 찾은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축제 현장에서는 다회용기는 물론, 분리수거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푸드트럭과 간이주점에서는 일회용 접시와 봉투에 음식을 제공했다. 남은 음식물과 쓰레기는 그대로 하나의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었다.
이날 처음 축제에 참여했다는 허모(20) 씨는 “테이크아웃한 음료를 마시고 플라스틱 컵을 버리려고 했는데 분리수거 장소를 찾지 못해, 다른 쓰레기들과 같이 버릴 수밖에 없었다”며 “최소한 재활용과 일반쓰레기는 구분을 해서 쓰레기통을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축제 현장에 버려진 쓰레기들. 김광우 기자.
최근 몇 년간 축제 쓰레기의 심각성이 알려지며 일부 대학가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2022년 가을 축제부터 일회용기 없는 대학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봄 축제 기간 3일 동안 일회용기 8600개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이화여대 또한 2022년 9월 축제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고, 다회용기 사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친환경 방식의 축제를 진행한 바 있다. 고려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등에서도 다회용기 도입 시도가 이뤄졌다. 제주대학교도 올해 봄 축제부터 다회용기 사용을 결정했다.
지난 2024년 9월 서울대학교 그린캠퍼스 친환경 축제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모습.[환경단체 대자연 제공]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더디다. 여전히 대다수 학교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다회용기 도입 시도에 대해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녹색연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부 대학에서 다회용기 사용 축제를 실시한 사례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47%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30%는 ‘들어본 적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재질을 구분해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한 대학교 축제 현장.[녹색연합 제공]
다만 설문 참여자 90% 이상은 다회용기 사용이 축제 내 쓰레기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데 동의했다. 축제 쓰레기 감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을 묻는 질문에도 57%가 ‘다회용기 도입’이라고 답했다.
최소한 ‘분리수거’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분리배출 용이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묻자 응답자 69%는 ‘재질별 분리수거함 마련 및 설치 확대’를 꼽았다. 뒤이어는 ‘관리 인력 충원(22%)’,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홍보(8%)’ 등 답변이 뒤따랐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직접 찾은 축제 현장에서도, 재질별 분리수거함 설치 유무와 관리 인력 배치 여부에 따라 재활용품 분리수거 실태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15일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간이주점 테이블 위에 일회용품이 놓여 있다. 김광우 기자.
축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로는 학교 당국과 총학생회 등 학교 측이 꼽혔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단위가 가장 적극적으로 역할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32%는 ‘총학생회’, 30%는 ‘학교 당국’을 꼽았다. 그 뒤로는 18%가 ‘정부’라고 답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환경부는 2021년부터 일회용품 등 폐기물 발생량 감축을 위해 다회용기 보급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학 축제 내 다회용기 사용이 일반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학교 당국의 제도 안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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