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대선후보들…‘가덕도’는 없었다
민간 이전·해사법원 공약만 넘쳐…신공항은 ‘패싱’
“표 얻을 땐 외치더니”…위기오자 침묵
현대건설·국토부 충돌로 사실상 ‘좌초 위기’
대통령선거가 본격화되며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부산을 찾고 있지만, 정작 부산 최대 숙원사업인 '가덕도 신공항'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지역 여론은 싸늘하다. 민간기업 본사 이전과 해양산업 육성 공약이 쏟아지는 가운데, 실질적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인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로드맵도, 예산 보완도 없는 '정치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지난 13~14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잇달아 부산을 방문했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주요 메시지에서 빠졌다. 이 후보는 서면 유세에서 HMM·해양수산부·해사법원 이전 등 '해양수도' 부산 비전을 제시했지만, 신공항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자갈치시장 유세에서 "반드시 해내겠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남겼을 뿐, 공기 지연이나 예산 문제 등 구체적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산업은행 이전은 뜨거운 이슈였다. 이 후보는 "정치인이 불가능한 것을 약속해선 안 된다"며 윤 정부의 일방 추진을 비판했고, 김 후보는 "어려울 게 없다"며 이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둘 다 가덕도 신공항의 계약 해지 사태에는 입을 다물었다.
가덕도 신공항은 최근 사실상 좌초 위기를 맞았다. 총 13조50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연장과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며 계약 조건을 거부했고, 국토부는 계약 해지 절차에 착수했다. 당초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했지만, 재입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개항 연기는 물론 '사업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4차례 유찰된 끝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진행해왔던 사업이라 대체 사업자를 찾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 민심은 냉담하다. "표 얻을 땐 가덕도 공약, 선거 끝나면 입 닫기" "국책사업이 좌초 위기인데도 정치인들은 민감한 사안이라며 말 아껴" 등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HMM과 해사법원, 해양수산부 이전도 중요하지만, "부산 발전의 뼈대를 세울 사업은 결국 가덕도"라는 공감대가 크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조차 대책 없는 '선거용 침묵'이 이어지면서, 지역 여론은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단지 '부산의 공항'이 아니다. 총 생산유발효과 28조9209억원(이 중 부산 18조3272억원), 고용유발효과 11만6540명(부산 7만3747명)으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국책사업이자 동남권 메가시티의 핵심 인프라다. 그런데도 대선 국면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도 바뀌는 초대형 사업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며 "이번 대선조차 진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 더 큰 좌절로 다가온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