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7] 6·3 대선 공약검증 〈2〉 부동산
“공공주택 늘리겠다” 공약하면서도… 李-金, 규모-지역 등 구체 목표 없어
둘 다 ‘稅 활용 수요억제 불필요’ 기조
전문가 “집권후 시장 과열되면… 세금-규제 유혹 견디기 어려울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모두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방지하고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주택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부동산 세금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 정책은 두 후보 모두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두고 이 후보 측은 유지, 김 후보는 폐지로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 모두 주택 공급 규모 등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장기 로드맵 없이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을 펴다 보면 단기 성과를 위해 공급보다는 규제를 우선하는 쪽으로 언제든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 李·金, 재건축·재개발 확대에 한목소리
이 후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노후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을 상향하고 분담금을 완화하는 등 규제 완화 공약을 제시했다. 또한 1기 신도시 노후 인프라 재정비와 4기 신도시 개발도 추진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관련 권한을 기초지자체로 이양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각종 규제를 면제하는 ‘한국형 화이트존’을 도입해 민간 주택시장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부동산 세금 규제와 관련해서도 두 후보는 비슷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세제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세금을 활용한 수요 억제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조다. 이 후보는 앞서 “굳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을 세금을 때려서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부동산 세금 부담을 낮추는 공약을 여럿 제시했다. 종부세를 개편하는 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폐지하고 비수도권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청년층 주거 지원과 관련해 이 후보는 청년 맞춤형 공공분양을 늘리는 한편 무주택 청년 가구의 월세 지원,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연 공급 물량으로 제시한 20만 채 중 절반가량을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으로 제공하겠단 계획이다. 결혼하면 3년, 첫째 아이 낳으면 3년, 둘째 아이 낳으면 3년 등 총 9년간 주거비를 지원하는 이른바 ‘3·3·3 정책’을 약속했다.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절반을 회수하는 재초환에 대해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진성준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이날 “(재초환이) 2023년 크게 완화됐는데, 시행한 지 1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시행해 본 뒤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해 봐야 한다”며 현행 유지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는 재초환 폐지를 통해 주택 경기 활성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 “공급 로드맵 없으면 정책 기조 흔들릴 것”
부동산 업계에선 재초환이 재건축 사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별도 재건축 활성화 대책 없이 재초환만 폐지해도 재건축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권 교수는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려면 더 구체적인 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기존에 내놨던 부동산 세제 완화 정책이나 재건축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재초환 존치 여부를 섣불리 정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강남 등 특정 지역에만 초점이 맞춰질 수 있고 부동산 가격 심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공급 목표치나 공급 지역을 제시하지 않는 점은 두 후보 모두 한계로 지적된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으면 시장 과열 시 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권 후 막상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세금이나 규제 등 단기 수요 억제 대책에 대한 유혹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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