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아이폰 제조하면 인건비 상승… 제품 가격 인상 불가피
아이폰 부품 대부분이 중국산… 대미 수출 금지하면 생산 차질
중국 현지 숙련공 못 데려와 아이폰 수율 저하 우려

그래픽=손민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을 향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중국에서 인도로 아이폰 생산기지를 이전해왔던 애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애플은 ①인건비 상승에 따른 아이폰 가격 인상 ②중국산 부품의 미국 수출 금지로 인한 아이폰 생산 차질 우려 ③숙련된 인력 확보 부족에 따른 제품 수율 저하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아이폰 생산기지의 미국 이전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각) AF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동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애플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에서 팔리는 아이폰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실적 발표에서 “6월부터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아이폰은 인도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은 미·중 무역전쟁과 관세 여파로 중국에서의 생산비 상승 우려가 커지자 아이폰 조립라인과 부품 공급망의 인도 이전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아이폰 10대 중 2대는 인도에서 생산한 제품이었다. 지난 12일 인도 정부는 애플의 아이폰 생산 파트너인 폭스콘과 인도 HCL그룹의 합작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6000만대 이상의 아이폰 전량을 인도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라고 애플을 압박하고 있지만, 애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폰 가격 인상 때문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인도 대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인건비가 오르기 때문에 미국 판매용 아이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웜지 모핸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16 프로 맥스의 최종 조립만 미국으로 이전해도 높은 인건비로 인해 비용이 25% 증가할 수 있다”며 “인건비가 25% 오르는 것만 감안해도 1199달러인 아이폰16 프로 가격이 1500달러는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아이폰의 미국 판매가 인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가격의 동반 상승을 유발해 제품 경쟁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 애플의 정책상 미국 판매가를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 가격을 균일하게 책정하고 있어서다.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지난 3년간 아이폰 가격을 동결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아이폰의 미국 판매가가 오르면 다른 나라에서도 아이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격이 저렴한 국가에서 아이폰 직구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우려하는 또다른 이유로는 중국에 치우친 부품 공급망과 숙련된 제조 인력이 꼽힌다. 대부분의 부품 공급망이 중국에 있기 때문에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이 미국으로 부품 수출을 금지할 경우 아이폰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부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아이폰 가격 상승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력 확보도 문제다.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제품 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려면 중국 아이폰 공장의 엔지니어를 데려와 라인을 설치하고, 숙련공들을 불러 공정 전반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인도로 일부 조립라인을 옮겼지만 중국 공장에서 숙련된 인력을 인도로 많이 데려가지 못했다. 그 결과 제품 공정 수율이 50%도 채 나오지 않는 걸로 안다”며 “애플이 미국으로 중국인 숙련공들을 배치하려고 해도 중국 정부가 개입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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