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대화 백업 서비스 이용시 '저장 공간 부족' 알림창/독자 제보
직장인 이모(38)씨는 최근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불안감으로 통신사를 바꾸면서 스마트폰도 함께 바꿨다. 하지만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설치하는 데 애를 먹었다. 대화나 업무 연속성을 위해 이전 스마트폰에서 쓰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저장해 옮겨주는 ‘대화 백업(임시 저장)’ 기능을 이용할 때 거듭 ‘저장 공간 부족’이라는 알림이 떠 대화 내용을 복사하지 못한 것이다. 이씨는 “채팅방을 하나씩 점검하며 400여 개가량 지웠는데도 같은 메시지가 떴다”며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카카오톡에서 제안하는 저장 용량을 늘려주는 유료 구독 서비스(톡서랍 플러스)를 결제했다”고 말했다. 톡서랍 플러스 서비스는 월 2200원에 저장 용량을 100GB까지 늘려준다.
스마트폰을 바꿨다면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기록을 복사해 새 폰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활용하는 카카오톡의 ‘대화 백업’ 서비스는 그간 무료였다. 동영상과 이미지 파일을 제외한 텍스트 파일만 2주일간 한시적으로 저장해주는 만큼 서버 비용이 크게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는 이 서비스 저장 용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유료 구독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무료 대화 임시 백업 용량 관련 정책은 카카오톡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제한 용량 규모나 변경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카카오의 이 같은 유도 정책은 최근 SKT 해킹 사고 여파로 기기 변경이 많아지면서 이용자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통신사 이동으로 전환 지원금을 받아 스마트폰을 바꾼 유모(36)씨는 “스마트폰을 바꿀 때마다 카카오톡 대화 백업 서비스를 이용해왔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무료 서비스를 소비자 고지 없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SKT 사고가 확인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 SKT에서 KT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로 옮긴 사용자는 26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가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까지 조정하는 배경으로는 부진한 실적이 거론된다. 신사업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성장 동력이 점차 떨어진 카카오는 실적이 끝내 뒷걸음질쳤다. 지난 1분기 카카오 매출은 1조8637억원, 영업이익은 10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12% 감소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주로 해온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카카오는 이에 따라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등 실적이 저조한 신사업은 정리하고, ‘본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매출이 꾸준히 느는 카카오톡 관련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방식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유료 구독 서비스는) 경기 민감도가 낮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며 톡서랍 플러스 같은 구독 서비스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작년 3분기 기준 톡서랍 플러스 구독자 수는 420만명에 달한다. 이 서비스 월 구독료가 2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최소 1100억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최근 카카오는 통신 사업자들이 주도해온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광고 문자 메시지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 15일 출시한 ‘브랜드 메시지’를 말한다. 브랜드 메시지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카카오톡과 별개로 기업의 마케팅 광고 메시지 수신에 동의했다면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광고 메시지를 받을 수 있게 한 서비스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기업의 카카오톡 계정을 친구 추가했을 경우에만 광고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즉, 기업의 광고 문자 메시지 기능을 카카오톡에 확대 적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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