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대사 효소 없이 태어난 아기
3차례 맞춤형 유전자 치료
맞춤형 유전자 가위 치료를 받은 아기 KJ 멀둔과 의료진./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희소 유전병을 앓던 생후 10개월 남자아이가 세계 최초의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담당 의사는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아이의 상태가 기대 이상으로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티모시 유(Timothy Yu)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박사 연구진은 1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해 개발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치료법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실제 가위가 아니라 원하는 유전자를 자르는 효소 복합체이다.가이드 RNA(리보핵산)가 잘라야 하는 DNA(디옥시리보핵신) 부분을 인식해 붙잡으면 캐스9 단백질이 DNA와 결합하면서 자른다.
이번에 유전자 치료를 받은 KJ 멀둔은 태어날 때부터 단백질 대사에 필수적인 효소인 ‘카바모일 인산 합성효소 1(CPS-1)’을 생성하지 못했다. 이 효소가 없으면 단백질 분해 산물인 암모니아와 같은 질소 찌꺼기를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
암모니아는 뇌에 치명적인 독성을 일으킨다. 이를 고암모니아혈증이라고 한다. 현재로선 간 이식이 유일한 근본 치료법이지만, 중증 CPS-1 결핍증을 앓는 아기의 절반은 간 이식을 받기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멀둔이 받은 치료는 최첨단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기반으로 한 염기 교정이다. 일반적인 유전자 가위는 DNA의 일부를 잘라내는 방식이지만, 염기 교정은 DNA를 이루는 A, T, C, G 네 가지 염기 중 하나만 정밀하게 바꾸는 기술이다. 말하자면 기존 유전자 가위가 문장을 잘라냈다면, 염기 교정은 글자만 바꾸는 방식이다.
멀둔은 첫 번째 유전자 치료제 투여 후 또래 아기에게 권장되는 단백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약물로 암모니아 수치를 조절해야 했다. 두 번째 투여 이후 약물 복용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최근 세 번째이자 마지막 투여를 마쳤다. 현재 의료진은 약물 복용을 점차 줄이며 멀둔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 중이다.
치료법은 단 6개월 만에 개발됐다. 연구진은 멀둔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편집 위치를 찾았고, 이를 쥐와 원숭이 모델에서 시험한 뒤 미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승인을 받았다.민간 기업과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몇 년이 걸리는 과정을 반년 만에 끝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유전자 치료가 실제 환자에게 적용돼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초개인화 치료법이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도 고가로 인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단 한 명을 위한 맞춤 치료는 더욱 큰 재정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056/NEJMoa250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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