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가상자산 공약 앞다퉈
“소비자 선택권 제한” 은행권 요구
“독과점·자금세탁 우려” 당국 신중
현물 ETE 도입, 수수료 인하 등도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17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21대 대선 후보들이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지를 검토, 또는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가상자산 공약으로 ‘1거래소 1은행’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7대 공약’에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지를 포함했다.
‘1거래소 1은행’ 제도란 가상자산 거래소 한 곳이 특정 은행 한 곳의 계좌만 연동할 수 있게 한 규제다. 계좌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각각 은행 한 곳과 원화 입출금 계좌 제휴를 맺고 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KB국민은행은 빗썸, 카카오뱅크와 신한은행은 각각 코인원, 코빗과 손을 잡았다. 전북은행은 고팍스와 제휴를 맺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이 규제로 시스템 안정성이 약화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됐다며 거래소 한 곳이 여러 은행과 제휴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은 예치금 확대, 신규 고객 유입, 펌뱅킹 수수료 등 여러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앞서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직접 거래소와 다자 은행 간 제휴 체제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소의 독과점 현상이 심화할 수 있고, 1거래소 1은행 원칙의 취지인 자금세탁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가상자산사업자의 독점 등 독과점에 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규제 취지가 자금 세탁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은행이나 가상자산 사업자가 방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좀 더 짚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은 그 밖에도 다양한 가장자산 관련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김문수 두 후보는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도입과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인하 등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두 후보는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의 국내 증시 상장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계좌만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편의성이 개선된다. 이를 통해 관련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당정도 지난 3월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위원장은 최근 “공약의 내용을 보면 기존 금융위 방향과 거의 같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위험이 금융 시스템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도 정비한다.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 산하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했다. 스테이블코인·NFT·토큰증권 등 전반을 포괄하는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업·기관의 가상자산 거래 제도화 ▷STO(증권형 토큰 발행) 법제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마련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 제정 ▷과세 체계 혁신 ▷투자자 보호 강화 등 가상자산 공약을 제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겨냥한 공약을 여야 대선후보들이 하나같이 내놓으면서 향후 은행권의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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