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응용 기술 확보·미국 인재 유치 예산 빠져
지난 3월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핵심과제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조 90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추경 예산 대부분이 연내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 확보에 쓰일 예정인 가운데 국내 과학기술 전반에 AI 활용을 확산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계획한 수백억원 규모의 예산안은 이번 추경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연구 예산 삭감과 공공 연구소 해체로 미국을 떠나려는 과학 인재들이 급증하면서 과기정통부가 이들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사용할 계획이었던 150억원의 예산도 추경 예산에서 빠졌다.
1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AI 분야에서 1조 9067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확보했다. 1조 6341억원을 투입해 클러스터링 기반 GPU 1만장을 올해 들이고 민간이 보유한 첨단 GPU 3000장을 1723억원을 들여 임차해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의결된 AI 추경 예산은 정부안 대비 618억원이 증액됐다. AI 주도권을 둘러싼 전 세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대규모 추경 예산이 정해진 것이다.
하지만 추경 예산에는 AI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해 과기정통부가 지난 3월 발표한 'AI+S&T' 예산 275억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AI+S&T는 차세대 신소재, 혁신 신약, 초미세 반도체 등 8개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고 연구현장에 AI를 도입하는 전략이다. AI+S&T 예산은 구체적으로 출연연 GPU 구매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한 215억원, AI 혁신기술 연구 60억원으로 구성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인프라 확충이 시급해 AI 응용 관련 예산안은 추경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한국형 AI 모델, 혁신적인 AI 활용 등 근본적인 AI 역량을 장기적으로 키워가려면 앞으로 인프라뿐 아니라 구체적인 AI 기반 기술 연구도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미국을 떠나려는 과학 인재를 잡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과기정통부도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사업(Brain Pool)' 예산을 150억원 가량 추경 예산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1994년 시작된 Brain Pool은 해외 우수 과학자를 유치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밖에 산업용 전기료가 인상되며 출연연 전기세 등 경상비를 보전해주기 위한 예산도 추경 예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난 9일 월례브리핑에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재정 당국에서 AI 분야에서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추경 예산에 AI를 많이 반영했다"면서도 "과기정통부가 요청한 추경 예산 중 5000억원이 실제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장관은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예산이 제2추경이든 내년에 반영되기를 바라며 국가에서 AI에 큰 투자를 한 만큼 과감하게 민간이 동조해 투자를 해 함께 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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