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풍영 SK C&C 사장./SK C&C 제공
SK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SK C&C가 27년 만에 사명을 ‘SK AX’로 바꾸고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미래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취지다.
사명 변경을 계기로 SK AX가 IT서비스 업계 3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거 SK C&C는 삼성SDS, LG CNS와 함께 IT서비스 ‘빅3’로 불렸는데, 2022년을 기점으로 현대오토에버가 치고 올라오면서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뉴스1
◇ SK AX, ‘AI 전환 기업’으로 재편
16일 SK C&C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부터 적용되는 새 사명 SK AX는 ‘AI 전환’과 ‘미래 성장’을 뜻한다. 기업의 목표와 체질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SK C&C는 지난 13일 사명 변경을 발표하면서 “향후 10년 내 글로벌 톱10 AI 전환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이는 SK그룹이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추진해온 사업 재편의 한 축이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SK머티리얼즈의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SK에코플랜트에 편입시키고 SK C&C가 보유한 30메가와트(㎿) 규모 판교 데이터센터를 SK브로드밴드에 5000억원을 받고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인 에너지와 반도체, AI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밑그림이다.
SK C&C는 그동안 SK그룹의 서버 관리·전산 지원 등 전통적인 IT서비스를 담당했지만 앞으로는 주요 계열사의 AI 혁신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게 된다. 그 일환으로 산업용 AI 사업을 키우고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협력해 데이터센터 운영에 요구되는 AI 인프라 역량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사 시스템와 업무 체계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해 오는 2027년까지 생산성을 30%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판교 데이터센터 이관으로 받는 자금을 AI 중심 사업 전환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C&C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AI 전환에 필요한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올 하반기에는 AI 솔루션 ‘AI 명장’ ‘에이닷 비즈’ 등의 적용 사례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 IT서비스업계 3위 자리 수성할까
SK AX로 새 출발을 알린 SK C&C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AI 전환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고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IT서비스 업계 1, 2위인 삼성SDS와 LG CNS는 클라우드·AI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면서 관련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연간 매출 기준으로 SK C&C를 앞서기 시작했다. SK C&C의 지난해 매출은 2조6059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513억원으로 24.2% 증가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매출 3조7136억원, 영업이익 2244억원으로 각각 1년 사이 21.2%, 23.7% 늘었다. 연간 매출이 1조원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SK C&C는 SK㈜에 흡수합병된 이후 운신의 폭이 좁아진 반면,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오토에버는 내부거래 비중이 92% 육박,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현대차그룹 계열사 물량에서 나오는 구조다.
SK C&C는 지난 2009년 상장했지만, 2015년 8월 SK(주)에 흡수합병되면서 지주사 체제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SK C&C가 앞으로 SK그룹 계열사의 AI 전환 관련 일감을 소화하면서 현대오토에버처럼 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를 강조하고 나선 뒤 그룹 내에서 윤풍영 SK C&C 사장의 존재감이 커진 점도 긍정적이다. 최 회장은 올해 초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SK그룹 ICT위원회 산하 ‘디지털 전환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으며,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 이후 설립된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정보보호혁신특별위원회’의 실무를 책임지는 부위원장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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