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비대면진료
(2) 초고령사회 일본, 비대면진료 제도화 '속도전'
28년 전부터 일찌감치 허용
코로나 계기로 규제 대거 풀어
드론으로 처방약 나르기 시작
인슐린 주사제·면역항암제 등 
배송 가능한 의약품 점점 늘려 
"5분내 원격진료, 30분내 약 수령"
물만난 기업들 서비스 경쟁 치열

< “약 배송 갑니다” > 일본 도요타통상이 지난 2월 규슈 나가사키현 고토시에서 레벨 4 비행으로 처방약을 배송하는 실증을 했다. 현지 의료진이 비대면진료 후 처방한 약을 드론에 싣고 있다. 도요타통상 제공

일본 혼슈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처방약을 드론으로 나르는 서비스가 올해 일본 최초로 이곳에서 시작됐다. 배송지는 덴류구의 산간마을 가미아타고. 물류기업 하마쿄렉스는 가미아타고에서 약 10㎞ 떨어진 시내에서 드론업체 에어로스센스의 수직이착륙형(VTOL) 드론으로 처방약을 배송한다. 드론 배송 요금은 1회 430엔으로 기존 택배와 같은 수준이다. 현재 드론은 1㎏까지만 실을 수 있는데 추가 개발로 적재 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일찌감치 의사의 비대면진료는 물론 약사의 원격 복약지도, 처방약 배송 서비스까지 제도화했다. 동시에 드론 비행 규제를 풀고, 드론으로 배송할 수 있는 의약품을 늘리고 있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의료서비스도 부족한 지역이 많은 만큼 제도 정비와 규제 완화로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다.

 ◇ 환자 집까지 15분 만에 약 배송

15일 하마마쓰시에 따르면 가미아타고 병원의 의료진이 진료한 뒤 시내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하면 약국은 비대면진료 앱 소쿠야쿠로 복약을 지도한다. 이후 덴류구 드론 배송거점으로 약을 보내면 드론이 가미아타고로 나른다.

가미아타고 주민은 약 800명으로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가미아타고를 정기적으로 찾아 진료하는 하마마쓰시 한 안과병원은 필요한 약이 없으면 나중에 택배로 날라야 했다. 일본 정부가 2023년 산간지역 등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가시권 외 운항이 가능한 레벨 3.5 비행을 도입하면서 달라졌다.

일본 정부는 1997년 벽지에 한정해 전화 등을 통한 재진을 허용하면서 비대면진료의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초진부터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원격 복약지도를 인정했다. 동시에 드론 관련 제도도 정비했다. 2021년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송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2022년엔 ‘유인 지대에서 가시권 외 비행’이 가능한 레벨 4를 도입했다. ‘무인 지대에서 가시권 외 비행’을 할 수 있는 레벨 3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하마마쓰시에서 운항 중인 레벨 3.5는 레벨 3의 ‘보조자’ 요구 등 일부 조건을 완화했다.

하마마쓰시뿐만이 아니다. 일본 전역에서 드론을 이용한 약 배송 서비스가 줄을 잇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계열 종합상사 도요타통상은 지난 2월 규슈 나가사키현의 도서지역 고토시에서 레벨 4 비행으로 처방약을 배송하는 실증을 했다. 병원에서 3.2㎞ 떨어진 환자 집까지 약 배송에 걸린 시간은 15분. 도요타통상은 이미 레벨 3 비행으로 의약품을 배송하고 있다. 레벨 3는 사전에 설정된 무인 지대까지만 배달이 가능한데 레벨 4는 환자 집까지 배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인슐린까지 드론으로 날라

일본 정부는 드론으로 배송할 수 있는 의약품을 늘리고 있다. 2023년엔 인슐린 주사액, 코로나19 백신, 간염 치료제 인터페론, 면역항암제 옵디보까지 드론으로 배송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전에는 감기약 등 가벼운 질병 처방약이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만 드론으로 나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일본 드론 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일찌감치 제도를 정비한 덕에 KDDI, ANA 등 기업들은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한 닥터나우는 현지 의료기관, 약국체인, 결제회사, 배달업체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5분 내 비대면진료와 30분 내 처방약 배송을 내세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이주이 닥터나우 일본법인 대표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비대면진료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며 “닥터나우를 통한 재진율이 5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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