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아마존·구글 수천명 구조조정
일반 IT 스타트업도 AI로 인력 감축
“국내도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
생성형 AI가 생성한 이미지. 챗GPT 제공
실리콘밸리에 다시 해고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반복 업무를 AI로 대체하고 중간 관리자와 저성과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 세계 인력의 3%를 감원했고, 메타·구글·아마존 등도 수천 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난 감원 움직임은 없지만 AI가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 코딩·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초·중급 인력부터 구조 재편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복적·구조화된 업무는 감원=AI가 바꾼 해고 기준=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디바이스 및 서비스 부문에서 수십 명을 감원했다. 해당 부서는 킨들, 알렉사, 자율주행차 '줍스' 등 하드웨어와 AI 기반 제품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아마존은 "팀과 프로그램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아마존은 2023년부터 알렉사, 팟캐스트, 커뮤니케이션, 매장 부서 등에서 잇따라 인력을 줄여왔다.
MS도 지난 13일 자회사와 해외 지사를 포함해 전체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6000여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2023년 약 1만명을 감원한 이후 두 번째 대규모 인력 감원이다. MS는 "(구조 조정은) 모든 직급과 부문 지역을 아우르는 것"이라며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조직 재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원 감축의 배경에는 AI 기술 도입이 있다.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업무를 중심으로 AI가 실제 현업에 적용되면서 기업들은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는 줄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AI 개발과 운영을 위한 자금 확보도 감원 배경 중 하나다. AI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술과 인프라에 가용 자원을 집중하려면, 비용 감축이 가능한 부문부터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구글도 같은 맥락에서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클라우드 부문 인력을 줄인 데 이어, 이달 12일에는 판매·파트너십 부문에서 직원 200명을 해고했다. 구글은 "AI 및 데이터 중심 전략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했다.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일반 IT 기업들도 AI 도입을 이유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듀오링고는 'AI 퍼스트' 전략을 표방하며 2023년 말 전체 계약직의 약 10%를 줄였고 지난해 10월에는 작문 담당 계약직 인력을 추가로 감원했다. 감원된 직무는 모두 AI로 대체됐다.
브라이언 머천트 기술 저널리스트는 "AI로 인한 일자리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며 "기업들이 신입직 채용을 줄이거나 AI 기술 투자로 인해 신규 인력 채용 여력이 줄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곧 영향권=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아직까지 실리콘밸리처럼 전면적인 감원에 나선 기업은 없지만 코딩 등 구조화된 작업을 중심으로 초·중급 인력의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일부 기업에서는 AI 기반 개발 도구의 도입이 이미 진행 중이다.
기술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유사한 흐름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 채용보다 AI 활용이 비용과 효율 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AI가 실무 인력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갖춰지고 있다며 일정 수준 이하 직무의 고용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중에서도 실제로 코딩하는 인력들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국내는 아직 AI로 인한 대규모 감원 사례는 없지만 늦어도 5년 안에는 현실이 될 수 있는 만큼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호 고려대 AI대학원 교수 또한 "기존에는 신입이나 중급 인력에게 맡기던 작업을 이제는 상위 인력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직접 처리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며 "기업이 AI로 효과를 확인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적용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충분히 도입할 여건이 갖춰진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도 AI가 초·중급 수준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해 기업들이 실제로 인력 감원에 나서는 시점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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