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우수 이공계생 미국 빅테크 행…"전폭적 지원해야 막을 수 있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내년 FIFA 북미 월드컵 관련 TF 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뉴스1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R&D(연구·개발) 삭감 여파로 미국 내 최우수 인재들이 대거 유출될 것으로 회자되는 가운데, 한국에선 오히려 "미국으로의 인재 유출을 막을 기회"라는 시각이 나온다. 전폭적인 지원책으로 최상위 이공계 인재의 유출을 막을 '적기'라는 분석이다.
1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국 과학기술계의 불안한 상황이 한국 연구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연구자가 미국 연구팀과의 공동연구 등을 통해 간접 혹은 직접 수혜를 입던 미국 NSF(미국과학재단)와 NIH(미국 국립보건원)의 R&D 예산이 내년 40~56%까지 삭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 감축에 앞서 '허리띠 조르기'에 나선 NIH가 '해외 하위 연구비 지원' 비용을 중단키로 하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추방정책으로 굳어진 반(反)외국인 정서로 한국 유학생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도 퍼졌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A씨는 15일 머니투데이에 "비자가 불안정한 유학생들은 이 시기에 한국에 갔다가 귀국 시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을 느낀다"라고 했다.
국내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불안정한 상황이 미국으로 유출되던 우리 인재를 한국에서 키울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엄미정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센터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비자 불안정성 등의 우려로 미국에 나가기보단 국내에서 연구 생활을 이어가는 이공계생이 늘 수 있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인재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AI(인공지능) 분야 KAIST(카이스트) B 교수는 "연구실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제자들은 대부분 연봉 높은 미국 빅테크를 지망하는데, 국내 연구계에 남아달라 하기엔 그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고 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 포럼'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이 대개 안정적 소득을 찾아 의대로 진학하거나, 이공계에 진학하더라도 졸업 후 미국 빅테크로 향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계에선 서둘러 최상위급 인재를 붙잡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정당한 보수를 받고 기업인으로서 성공할 기회가 이공계생에 주어져야 탁월한 인재가 온다"며 "대학 1학년부터 상위 1% 인재를 뽑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혁신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미국 인재 유입책'을 한국이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국가에 필요한 AI와 양자기술 R&D 예산은 유지됐다. 지구온난화 및 감염병 대응 기술 R&D가 대폭 줄었다. 엄 센터장은 "미국에서 유출된 인재가 반드시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아닐 수 있다" 며 "우리나라의 수요 분야를 고민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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