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프리즘] “정부가 책임” 외친 후보들… 이재명 ‘직접 지원’ vs 김문수 ‘통합시스템’
6·3 대선을 앞두고 소상공인 표심을 겨냥한 후보들의 공약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나란히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핵심 경제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역화폐 확대와 대출 탕감을 내세운 이 후보와 대통령 직속 지원단 신설과 전통시장 세제 지원을 강조한 김 후보는 금융·세제·유통 등 실질적 대응 수단 전반에 걸쳐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자영업 위기를 국가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는 기조는 비슷하지만, 접근 방식은 분명하게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위한 대출 탕감과 분배형 소비 진작 대책에 초점을 맞췄고,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 구축과 자금 공급 시스템 개편으로 대응 체계 전반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이준석 대통령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 이재명, 지역화폐 확대 ‘분배 중심’ 기조
이재명 후보는 ‘가계·소상공인의 활력 증진 및 공정 경제 실현’을 10대 공약의 세 번째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확대와 정책자금 대환 대출,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을 공약에 포함했다. 코로나 시기 집중됐던 소상공인 대출에 대해선 “정책자금 채무 조정부터 탕감까지 종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전용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고, 저금리 정책자금을 확대해 소규모 자영업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임대료 ‘꼼수 인상’을 막기 위해 건물관리비 세부 내역 공개를 추진하고, 자영업자의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상병수당 확대, 육아휴직수당 신설 등도 포함됐다.
유통 구조 개편도 공정 경제 공약의 한 축이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와 중개수수료 차별 금지를 도입하고,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상권르네상스 2.0’ 프로젝트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소비 진작 수단으로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발행 확대를 통해 골목상권으로 돈이 돌게 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 후보의 정책 기조는 문재인 정부의 ‘공정 경제’ 프레임을 계승한 성격이 짙다. 공정 경제는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됐다. 당시 정부는 공정 경제에 대해 ‘불공정을 시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음으로써 소득주도성장과 혁신 성장이 발현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설명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대구 서문시장에서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 김문수, 대통령 직속 지원단 ‘통합 대응’ 강조
김문수 후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단’(가칭)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각종 지원 기능을 통합하겠다고 약속했다. 생계 방패 특별융자, 정책자금 직접 대출 확대, 폐업 후 재기 지원금 지급 등 현장성 높은 대책들을 집중 배치하면서 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즉각 대응하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시장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하고,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한다. 신용카드 캐시백 확대도 함께 제시했다. 서민·소상공인 전문 국책은행 설립을 통해 신복위, 지역신보, 소진공 등으로 분산된 서민금융 기능을 통합하고, 소상공인 정책자금의 직접 대출 비중을 90%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고용보험·산재보험 지원 확대, 공과금 바우처 지원, 폐업 후 재기 지원금 확대, 외국인 근로자 체류 기간 연장 등 현장 요구가 컸던 정책들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소상공인 사업 자금에 대해 정부와 은행권이 연 30조원 규모의 보증·자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히는 등 자금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소상공인 고용 여건 개선을 위한 외국인력 정책도 포함됐다. 현재 4년 10개월 체류 후 재입국해야 하는 E-9 비자 체류 조건을 개정해, 출국 없이 총 12년까지 체류 가능하도록 하고 허용 직무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소상공인 또는 자영업자 관련 대책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분배·복지보다는 감세와 규제 완화 중심의 소형정부 공약에 집중하고 있어, 취약 계층 보호 측면의 정책 비중은 아직 상대적으로 적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자영업자 부채 탕감 확대와 공공도매시장 도입 등 시장 구조 개편형 공약을 내놨다. 농산물 유통 개혁을 위해 경매제를 폐지하고 직거래 기반 공공시장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 대선 후보 시혜성 공약에 ‘모럴 해저드’ 우려도
소상공인 맞춤 대책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채무 조정 강화 방안을 공약에 포함하면서 선심성 채무 감면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구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자제해야 한다”며 “취약 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은 개별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러한 원칙은 개인사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면서 “무차별적인 채무 탕감은 오히려 사회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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