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프리즘]
구체적 국민연금 개편안 언급 피하는 이재명
자동조정장치·청년층 연금 논의 불붙이는 김문수
新舊 연금 분리 나서겠다는 이준석
유세 현장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의 모습 / 뉴스1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8년 만에 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성사됐지만, 청년 세대 사이에서는 불리한 연금 구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들은 각기 다른 연금 개혁안을 제시하며, 추가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 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청년세대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이재명 후보는 군복무 크레딧 확대, 노후 소득 확대 등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김문수 후보, 이재명 후보 모두 구체적인 국민연금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이재명,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연금개혁 지속 추진 목표… 구체적 안은 없어
(거제=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오후 경남 거제시 엠파크 차없는 거리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14/뉴스1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을 보면, 이 후보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및 연금개혁 지속 추진 ▲군복무 크레딧 확대 등 청년 생활 안전망 구축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춘 정년 연장 단계적 추진 ▲주택연금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지원 강화 등을 내세웠다.
다만 세부 내용은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 후보 측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연금 개혁 관련 질문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군 복무 크레딧을 복무기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은 이 후보가 강조해온 내용 중 하나다. 앞서 여야는 연금개혁에 합의하면서 군 복무 크레딧을 최대 12개월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연금 공백에 정년 연장을 해야 한다는 안도 공약으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 이행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전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는 “국민연금 모수 개혁 이후, 양당 모두 구체적인 수치가 부족해 이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며 “앞서 모수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컸던 데다 공약 준비 기간이 짧아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자동조정장치 도입 외치는 김문수·이준석… 청년층 목소리 높이겠다는 金
<YONHAP PHOTO-7389> 김문수 후보, 밀양관아앞 유세 (밀양=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앞에서 유세하고 있다. 2025.5.14 [공동취재] pdj6635@yna.co.kr/2025-05-14 17:00:48/<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이 기존에 주장해왔던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모수개혁만으로는 부족하며, 연금 지급액과 보험료율을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모수개혁은 올해 3월 국회에서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는 내용이다. 해당 안은 연금 고갈 시점을 8년 늦췄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대안으로 제시된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연금급여나 보험료율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제도다. 현재 수급자가 받는 노후연금액은 전년도 소비자 물가상승률만큼 오르는데, 해당 장치를 도입할 경우 가입자수, 기대여명을 반영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인상률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김문수 후보는 이와 함께 청년층을 겨냥한 다양한 공약도 제시했다. ▲청년안심국민연금 2차 개혁 ▲청년세대의 연금개혁위원회 참여 확대 ▲청년 주도의 개혁 참여 ▲미래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연금 재정 달성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부족해 평가하기는 어렵다.
◇ 新舊 연금 분리방안 내놓은 이준석… 국고 조기 투입으로 구연금 뒷받침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13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시의사회관에서 열린 대구·경북의사회 지역의료 현안 간담회를 찾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5.1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세 후보중 가장 구체적인 연금개편안을 내놓은 건 이준석 후보다. 그는 국민연금 구조개혁을 통해 신(新)·구(舊) 연금 재정을 분리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연금 개혁 시점 이후 납입되는 보험료는 신연금 계정으로 별도 관리해, ‘낸 만큼은 반드시 받는’ 연금 개혁을 하겠다는 의도다.
이 후보에 따르면, 별도로 관리되는 신연금 계정은 납부한 보험료와 투자 수익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 방식으로 전환한다. 기존의 구연금은 국고를 조기에 투입해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준석 후보의 계획이다. 아울러 자동조정장치를 조기에 도입해 연금 지급 증가 속도를 억제한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국민연금 개편 공약이 가장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우창 전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은 “이준석 후보는 지금까지 논의된 모든 개혁안을 포함하는 수준의 공약을 내놨다”며 “젊은 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연금 개혁 의제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신·구 연금 재정 분리안의 현실성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성봉 한성대 교수는 “신구연금 분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개혁이 늦어질수록 젊은 세대가 감당해야 할 재정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취지는 좋지만, 고령화로 인해 기존 연금의 재정 고갈 속도도 빠를 것으로 보이고, 국고 조기 투입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것과 같다”며 “소득세 인상 등 증세 방안이나 수혜자 부담 확대 같은 보완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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