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실험실에 '메시지 입력 중 상태 보기' 기능 도입
정식 도입 여부는 미정…"접속 상태 등 도입 계획도 없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25.4.0 버전을 업데이트하며 실험실 메뉴에 '메시지 입력 중 상태 보기' 기능을 추가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카카오톡이 실험실 기능으로 선보인 '메시지 입력 중 상태 보기'를 두고 이용자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메시지를 입력하는 순간 '…' 표시가 나타나 실시간으로 작성 여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상대방이 메시지를 쓰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사소한 행동까지 실시간으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나 소통 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25.4.0 버전을 업데이트하며 실험실 메뉴에 '메시지 입력 중 상태 보기' 기능을 추가했다. 실험실은 정식 기능 도입에 앞서 새로운 기능을 시험적으로 제공하는 공간이다.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면 메시지를 입력할 때 대화창에 '…' 표시가 실시간으로 나타나, 이용자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입력 중인 상태를 확인하고 자신의 상태도 공유하게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 간 대화 맥락이 끊기지 않도록 돕고, 실제 오프라인 대화처럼 자연스러운 소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해당 기능을 실험실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실험실 내에서 이용자가 직접 켜고 끌 수 있는 선택형 기능으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기능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고 있다. 메시지를 입력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다. 또 지금은 선택 기능이지만, 향후 기본 기능으로 전환될 경우 원하지 않아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사소한 행동까지 드러나 감시받는 느낌이다", "답장을 바로 못 할 수도 있는데, 쓰고 있다는 것까지 보여주는 건 너무하다", "부담스러워서 메모앱에서 먼저 써서 붙여야 할 판"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작성할시, 대화창에 '…' 표시가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해당 기능은 현재 카카오톡 실험실에서 선택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톡 '메시지 입력 중' 표시 예시. /조소현 기자
특히 '즉답 압박'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크다. 메시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실시간 노출되면서 상대방에게 즉각적인 답변을 기대하게 만들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오해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작성 중인 행동까지 노출되면서 대화의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읽음 표시'로 고민하던 이용자들이 이제는 '쓰기 전 행동'까지 드러나는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입력 중' 상태를 보는 입장에서도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톡은 개인 간 대화뿐 아니라 업무용 소통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만큼, 상대방의 실시간 반응이 관계를 더 경직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대 직장인 A 씨는 "텔레그램을 이용했을 때 상사에게 업무를 보고한 뒤 상사가 입력 중이라는 상태로 뜨자 괜히 긴장됐던 기억이 있다"며 "카카오톡까지 그렇게 되면 벌써부터 장이 꼬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반응이 단순한 불만이라기보다는, 디지털 소통 환경에서 실시간 노출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피로감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시대다 보니, 메시지 하나 보내는 데도 작성 중이라는 사실이 보여지면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나아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소통을 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에 향후 기능을 도입하더라도 선택형으로 제공해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업무, 고객 응대,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기능 하나의 변화가 사용자 경험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입력 중 표시' 기능을 시작으로 '접속 상태', '마지막 활동 시간' 등 더 민감한 정보 공유 기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해당 기능들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기능들을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메시지 입력 중 상태 보기' 기능에 대해서도 정식 도입을 전제로 개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기능은 실험실에서 이용자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도입한 것일 뿐, 향후 정식 적용 여부나 기본 설정 방식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험실 기능은 실제 도입 없이 종료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정식 기능으로 전환되기도 한다"며 "현재는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는 상태에서 사용자 반응을 관찰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정식 도입 여부를 판단할 내부 기준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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