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프리즘]
이재명·김문수 “AI 3대 강국 도약”
이준석 “우수 연구자에 연금 지급”
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부산진구 서면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경남 진주시 진주광미사거리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연합뉴스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 후보들이 과학기술 분야 공약을 하나둘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호 공약으로 ‘AI 투자 100조원’을 약속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경남 사천의 우주항공청을 방문해 과학기술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공계 출신으로 글로벌 과학기술 패권 경쟁을 이끌 확신이 있다고 했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이번 대선 후보자들의 주요 공약을 살펴보면 AI 육성과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공약의 세부 사항에서는 조금씩 결이 다르다. AI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산업을 두고 원전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고, 과학기술 거버넌스(정책추진체계) 개편 방향도 달랐다.
◇AI 전면에 내세운 이재명·김문수
이재명 후보는 인공지능 대전환(AX)을 통해 AI 세계 3강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경제 부흥을 이끈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본따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해 혁신거점으로 삼겠다는 제안이다. 민관 합작으로 AI 분야에 100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문수 후보도 AI 3대 강국 도약을 내세웠다. AI 대학원과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정원 확대를 통해 AI 인재 20만명을 키우고, AI 유니콘 기업 지원을 위해 민관합동펀드 100조원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가AI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AI 정책보좌관을 신설해 관련 규제를 글로벌 기준으로 혁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AI 공약은 AI 3대 강국 도약이나 100조원 투자 등 서로 닮았다. 차이가 있다면 AI를 위한 전력 정책이다.
김문수 후보는 AI 산업의 필수 인프라인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원전 건설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한국형 소형원전(SMR) 상용화, 원전 비중 확대 등을 공약에 넣었다. 이 후보는 원전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면서, 영국을 비롯해 EU가 주도하는 RE100(재생에너지100%) 동참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보다는 속도를 낮추겠지만, 국가적으로는 감원전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AI 생태계를 위해서는 전력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정책 토론회에서 “탄소중립을 하고 AI가 확산될수록 전기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AI 패권은 곧 전력 패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공약에 직접적으로 AI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현실적인 AI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해 이재명 후보의 AI 데이터 센터 정책을 비판하며 규제 개선과 AI 인재 유치를 통해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T 사장을 지낸 구현모 KAIST 겸임교수는 대선 후보들의 AI 정책에 대해 “지금 나온 공약들은 기반 기술을 만드는 것을 많이 언급하는데, AI 분야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기반 기술에 얼마를 투자할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그보다는 미국이나 중국이 가진 기반 기술을 우리가 따라잡았을 때, 이걸 가지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R&D 예산 확대, 사기 진작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정부 연구개발(R&D)예산을 전년대비 14.7%삭감해 연구 현장을 뒤흔들었다. R&D 예산이 삭감된 것은 처음이었다. 후보들은 이에 대한 공약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안정적 R&D 예산 확대’와 기초 원천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문수 후보도 국가 예산지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과학기술인의 지위와 처우, 권리 보장을 위한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약속했다.
기초연구연합회 총무인 오경수 중앙대 약대 교수는 “연구자들이 창의적으로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정 당국의 과도한 개입과 정치적 영향을 배제해야 한다”며 “기초연구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총지출 대비 R&D 예산의 비중을 현재 4.4%에서 5% 이상으로 즉각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을 위한 공약들도 나왔다. 김문수 후보는 과학기술부총리를 신설해 R&D 관련 예산과 조직을 통합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정년을 65세로 되돌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성실한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성과 인증제도 도입도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 공약에는 부처 개편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최근 과기정통AI부 장관 겸 부총리를 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준석 후보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교육과학부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특히 과학기술인 예우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과학기술인에게 포상금과 함께 매달 연금을 주는 연구자 연금 제도를 도입하고, 일정 수준 이상 연구자는 출입국 심사 시 외교관 수준의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계 명예 회복, 현장 파악이 먼저
연구자들은 공약이 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결과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카르텔 발언과 의료계 악마화에 대한 확실한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명예 회복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이게 전제되지 않은 공약은 다 빈 공약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학기술계를 위한 공약이 되려면 과학기술계의 현재 상황부터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지금 나온 공약들은 현실에 대한 진단부터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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