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신민정의 백블 1열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4일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을 방문, 윤영빈 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조원의 예산이 우주 쪽에 투입된다면 우리나라가 좀 더 많은 우주 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2조원 갖고는…10배 해도 될까 말까인데…청장과 관계자분들이 더 야심 찬 계획, 포부를 알려주세요.”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14일 오전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청사 안. 우주·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한 뒤 이곳을 찾은 김 후보와 윤 청장이 ‘우주항공청 예산 증액’ 규모를 두고 이런 대화를 나눴다. 대개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쪽은 ‘더 많이’를, 줘야 하는 쪽에선 ‘너무 많다’고 하기 마련인데, 어찌 된 게 공수가 뒤바뀐 듯 보였다.
윤 청장은 이 자리에서 “우주개발은 과거 국가 주도로 진행됐는데 이젠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로 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우주 개발에 참여하고 주도하는 여건을 마련하려면 국가가 초기 단계에서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20년 중장기 계획을 잘 세우면 20년 후엔 (우주 산업이) 반도체 산업 같은 효과를 반드시 낼 수 있다”는 장담도 이어졌다.
윤 청장에 따르면 “현재 우주항공청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0.02% 수준”이고 “내년 예산은 대략 1조2천~3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절대 액수로 (우리나라보다) 100배 가까운 예산을 우주에 투입(지디피 대비 0.2%)하고, 일본도 (지디피 대비) 0.1%에 해당하는 예산을 우주에 투자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우주 예산은 사실 그렇게 많은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윤 청장이 “좀 더 많은 우주 개발”을 위해 요구한 예산은 “2조원”이었다. 김 후보는 ‘고작?’이라고 보일 만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2조원 가지고 (우주항공청이 세운 계획을) 할 수 있냐”고 했다. 김 후보는 “국가가 마중물 역할을 해가지고 민간도 수익이 발생하게 해줘야 하는데, 2조 갖고는 (안 될 것 같다)…10배 해도 될까 말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요구하는 것의 10배를 (요구)하면 목표하는 것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마치 예산을 더 달라고 요청하라고 멍석을 깔아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윤 청장은 그러나 ‘2조 받고 더’를 외치지 않았다. 윤 청장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김 후보는 “좀 더 명료한 방향을 정해서 2조원이 아니라 10배 정도 (정부가) 획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장과 관계자분들은 더 야심 찬 계획, 포부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는 △2032년 달 탐사·2045년 화성탐사 로드맵 △우주수송체계 개발 및 위성개발 생태계 조성 △우주펀드 1천억원 목표로 확대 △경남 진주·사천을 우주항공복합도시로 건설 등 우주·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에 대한 예산·입법 지원을 강화해 세계 5대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5년 내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기초 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조차도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공약이다. 공약 발표 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윤 청장이 언급한 ‘희망 예산’ 2조원의 10배, 김 후보가 외친 20조원은 어디서 충당하겠다는 것인지 더더욱 보이지 않았다.
사천/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