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진 우간다 숲 침팬지 무리서 관찰
자신과 동료의 상처 치료하고 위생 관리
피 나누지 않은 동료 돌보는 이타적 행동도
우간다 부공도 숲의 침팬지가 덩료를 보살피는 모습./Elodie Freymann
침팬지가 약용 식물로 동료의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가까운 친척뿐 아니라 피를 나누지 않은 경우도 개의치 않았다. 침팬지들은 배변을 한 뒤에 엉덩이를 닦으며 짝짓기 뒤에 성기도 잎으로 청소했다. 앞서 오랑우탄도 약용 식물로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이 목격된 바 있다.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에서 잇따라 치료와 위생 행동이 관찰돼 의료 시스템의 기원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에 자신과 유전적 관계가 없는 동료도 치료하는 모습이 목격돼 이타적 행동이 인간 아닌 영장류에도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부동고 숲에서 침팬지가 동료의 털을 고르는 모습. 침팬지들은 동료가 상처를 입으면 약용 식물로 치료했다./Elodie Freymann
◇약용 식물 발라 다친 동료 응급처치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학과의 엘로디 프레이만(Elodie Freymann) 박사 연구진은 ”우간다 부동고(Budongo) 숲에서 침팬지가 약용 식물로 자신뿐 아니라 동료의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15일 국제 학술지 ‘첨단 생태학과 진화(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부동고 숲에 있는 침팬지 집단인 손소(Sonso)와 와이비라(Waibira)를 연구했다. 다른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서로 싸우거나 사고로 상처를 입었다. 인간이 설치한 올무에 다치는 경우도 많았다. 손소 무리 중 약 40%가 올무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 관찰 기간에 손소 무리에서 부상 사고 12건이 발생했다. 모두 집단 내 갈등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와이비라 무리에서는 암컷 한 마리가 올무에 걸렸고, 수컷 네 마리가 싸워 상처를 입었다.
연구진은 총 41건의 돌봄 사례를 기록했다. 자신을 치료한 사례 34건과 동료를 돌본 7건이었다. 프레이만 박사는 “침팬지는 상처에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핥아 침에 있는 항균 성분을 발랐고, 잎을 찧고 씹어서 바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치료를 받은 침팬지들은 모두 회복됐다.
◇나뭇잎으로 똥 닦는 위생 행동도 목격돼
연구진은 이번에 침팬지가 감염을 막기 위해 하는 위생 행동도 관찰했다. 침팬지들은 예전 인간이 그랬듯 배변을 하고 나뭇잎으로 뒤를 닦았다. 짝짓기 후 나뭇잎으로 성기를 닦는 모습도 목격됐다.
침팬지의 치료와 위생 행동은 이타적인 모습을 보였던. 동료를 돌본 사례 7건은 상처 치료 4건, 올무 제거 2건, 위생을 도운 사례 1건 등이었다. 동료를 돌본 사례는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었으며, 무리에서 유전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개체를 돌본 경우도 4건 있었다.
지금까지 사회적 동물이 서로를 돌보는 것은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후손을 퍼뜨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레이만 박사는 “침팬지가 직접적인 유전적 이점이 없더라도 다른 침팬지의 필요나 고통을 인식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의도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장류가 자가 치료하는 모습은 이번에 처음 목격된 것은 아니다. 앞서 2022년 독일 오스나브뤼크대 연구진은 침팬지가 곤충을 사용해 자신과 동료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숲에 서식하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뒤 약초를 먹고, 으깬 약초를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침팬지 역시 약용 식물을 씹어 상처에 바르고, 배설이나 짝짓기를 하고 나뭇잎으로 닦는 위생관리 행동도 관찰해, 영장류의 치료와 건강 관리 행위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보여줬다. 프레이만 “이번 연구는 의료 시스템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동물도 공감이나 이타심을 발휘한다는 주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2025), DOI: https://doi.org/10.3389/fevo.2025.1540922
Scientific Report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4-58988-7
Current Biology(2022), DOI: https://doi.org/10.1016/j.cub.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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