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대화 분석해 정보 제공하는 AI 메이트… 환각 현상 심해
메신저 앱 생명인 ‘사생활 침해’ 우려도
카카오 “향후 카카오톡에 AI 기능 도입”
카카오의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카나나'./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자사의 첫 인공지능(AI) 앱 카나나의 테스트 버전을 선보인 가운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미 사내 베타 테스트까지 완료하고 공개했지만, AI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각 현상이 심하며 카카오톡과 연동이 되지 않아 활용성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카카오는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메신저 앱 특성상 카카오톡에 AI 분석 서비스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AI 사업을 대표하는 새로운 브랜드로 키우려고 하는데, 이미 높은 점유율과 인지도를 가진 카카오톡과 합칠 경우 카나나의 이미지가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카나나는 일대일 대화나 그룹 대화방에서 이용자들을 돕는 일명 ‘AI 메이트’입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나나는 단체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고 정보를 제공합니다. 경쟁사들의 AI 서비스가 이용자와 일대일 대화를 통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달리, 카나나는 대화의 일원인 것입니다. 늦게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이전 대화 내용을 요약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 ‘정보 출처는 못 알려줘’… 환각 현상 심해
직접 카나나를 써본 결과, 아직은 개선할 사안이 많았습니다. 카나나에 처음 접속하면 취미, 운동, 투자 등 목적에 맞게 지인들과 단체방을 만들도록 안내합니다. 일대일 대화도 가능합니다. AI 메이트 ‘카나나’를 불러 ‘조선비즈에 대해 알려달라’라고 요청했습니다. 카나나는 ‘현재 제공된 정보로는 조선비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어디서 정보를 제공받나’라고 묻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며 말을 돌렸습니다. 정치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대답할 수 없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AI) 메이트 '카나나'에서 '조선비즈'에 대해 물어봤다./카나나 캡처
주말에 볼 영화를 고르기 위해 친구를 초대해 단체방을 만들었습니다. 카나나에게 최근에 개봉한 영화를 알려달라고 하니, 개봉일과 영화 이름, 줄거리를 정리해 목록을 뽑아줍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영화나, 과거에 개봉한 영화를 알려주는 환각 현상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맛집 추천이나 데이트 코스 추천 등 장소와 관련된 질문에는 카카오맵과 연동돼 제법 만족스러운 답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카나나를 카카오톡에 적용했으면 이와 같은 환각 현상이 덜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옵니다. 하지만 카카오로서는 섣불리 카나나와 카카오톡을 합칠 수 없습니다. 대화를 분석하는 카나나의 특성이 이용자들에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신저 앱의 생명은 ‘사생활 보호’인데, AI가 참여자의 대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침해 문제가 불거지면 카카오톡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신이 생길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시키기 위해 카카오톡에 카나나를 적용했다가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95% 정도가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카카오 “카나나는 신사업… AI 사업 성장 동력”
카카오는 향후 카나나 앱을 필두로 AI 사업을 대표하는 별도의 브랜드를 키울 예정입니다. 카카오톡에는 별도의 AI 서비스를 적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나나 앱의 경우 테스트 과정을 거쳐 정식 출시할 예정인데, 시기는 미정입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8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카카오톡에 AI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대표는 “카나나 앱을 시작으로 카카오톡 내 (AI를 활용한) 특정 분야 서비스 추천, 생성형 검색,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프로덕트까지 올해 카카오가 준비 중인 결과물을 차례로 선보이면서 AI가 카카오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카나나를 독자 앱으로 출시했을 때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카나나가 카카오톡의 이용자를 뺏어가는 ‘카니발리제이션’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카니발리제이션이란,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서비스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톡은 이용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목적이고, 카나나는 이용자와 AI 메이트 간 상호작용이 목적이기 때문에 카카오톡이 잠식될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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