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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서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캔 아이 겟 위트니스(Can I Get a Witness, 증인이 돼 줄 수 있나요)’ 소개 영상 갈무리.[환경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죽음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라”

인간은 만 50세까지만 살기로 합의한다. 기후변화, 식량 부족 등 전 지구적 문제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50세가 되면 자발적으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

인구수를 통제한 덕에, 지구 환경이 유지될 수 있을 만큼만 자원을 소비하고, 지구는 살아남게 된다.

만약 50세가 넘어도 죽지 않으면 규칙을 파괴한 자로 취급받고 비난에 휩싸인다.

끔찍한 미래다. 그야말로 최악의 세계관.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지금의 환경 문제를 등한시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세계관’을 표현한 작품. 올해 서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캔 아이 겟 위트니스(Can I Get a Witness, 증인이 돼 줄 수 있나요)’의 배경 설명이다.

희생을 정당화하는 세상. 주인공 키아(Kiah)는 삶을 마감하는 순간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직업을 가졌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만 50세 생일이 다가온다. 그대로 떠나보내야 할까. 직업적 윤리와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서 마음이 요동친다.

제22회 서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캔 아이 겟 위트니스(Can I Get a Witness, 증인이 돼 줄 수 있나요)’ 소개 영상 갈무리.[환경재단 제공]

14일 환경재단은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6월 5일 개막을 앞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개막작 및 각종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캐나다 출신 앤 마리 플레밍 감독의 장편 픽션 ‘캔 아이 겟 위트니스’가 선정됐다.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을 극복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류가 50세에 수명을 마감하기로 합의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식 현장 사진.[환경재단 제공]

해당 영화의 감독 앤 마리 플레밍(Ann Marie Flemming)은 2006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풍을 계기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기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을 식용으로 삼자는 제안이 담긴 한 사회 풍자 에세이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

주최 측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후재난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영화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며 “삶의 소중함과 함께 당연하게 생각해 온 문화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개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해당 작품은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로 유명한 한국계 캐나다인 산드라 오가 어머니 엘리 (Ellie)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2024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유수의 상을 휩쓸며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소개 영상 갈무리.[환경재단 제공]

이번 영화제에는 해당 개막작을 포함해 총 77편의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32개국에서 3261편이 출품됐다. 경쟁 부문에는 한국경쟁 16편, 국제경쟁 20편 등 총 36편이 본선에 진출해, 약 90: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르 또한 픽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개막작 외에도 주목할 점이 있다. 이번 영화제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탄소중립 실천형 영화제’로 제작된다는 것. 주최 측은 상영관, 운영 방식,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 모든 단계에서 탄소중립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1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이미경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최열 조직위원장, 정재승 공동집행위원장. 김광우 기자.

환경재단은 앞서 지난해 영화제에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방글라데시 맹그로브 숲 조성 등을 통해 상쇄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는 해당 과정을 더 체계화해, 더 실질적인 탄소 감축과 상쇄를 실현할 전망이다.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정재승 KAIST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모든 시민의 과제가 됐다”며 “서울국제영화제가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의미 있는 실천의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보대사 ‘에코프렌즈’로 위촉된 조진웅 배우. 김광우 기자.

특히 배우 조진웅과 작가 김은희가 공식 홍보대사 ‘에코프렌즈’로 위촉돼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영화제 홍보 활동에 참여하며, 대중과 환경을 잇는 가교로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진웅 배우는 “거대 플랫폼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상업 영화 등 모두가 환경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며 “왜 대중문화 예술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해서 내고 있는지 인식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6월 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 메가박스 홍대, 디지털 상영관 등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전 작품 관람료는 ‘무료’로 책정됐다. 접근 문턱을 낮춰, 환경에 대한 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는 게 환경재단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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