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탈화석연료 네트워크 ‘화석연료를넘어서’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21대 대선 정책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2030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한국도 유럽처럼 탄소세 도입을 검토하자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제안이 나왔다. 6·3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가 ‘감세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예정처는 도리어 증세를 언급한 것이다. 탄소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2년 대선에서 약속했지만, 이번 대선 공약에는 담지 않았다.
국회 예정처는 13일 발간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세 역할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추가적인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의 정책 조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탄소세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에 매기는 세금이다. 이는 ‘오염자 부담원칙’에 근거한 개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2022년 정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2022년 기준 38조원에 달한다. 이 비용 일부를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탄소세 신설은 감세 경쟁에 밀려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서 외면받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022년 대선 당시 탄소세를 거둬 국민에게 나눠주는 ‘탄소배당’ 정책을 약속했으나, 이번 공약에는 담지 않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증세에 반대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 유일하게 탄소세 도입을 공약했다.
예정처가 탄소세 신설을 언급한 이유는 현행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만으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란 정부가 탄소배출 총량을 정해 배출기업에 할당하고, 기업 간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거래제는 대규모 탄소를 배출해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기 쉬운 발전, 철강 등 산업 분야에 주로 적용한다. 반면 탄소세는 정부가 배출량을 추적하기 어렵거나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적은 수송, 건물(난방) 등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예정처는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 중 발전·산업 부문은 감축량에서 배출권거래제가 담당하는 비율이 각각 96.6%, 88.9%로 높은 수준이지만, 수송(9.0%)과 건물(4.5%) 부문은 배출권거래제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유럽국가들은 탄소세를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프랑스·스웨덴·스위스는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지 않은 수송·건물 등 분야에 탄소세를 매기고 있다. 그렇게 거둔 탄소세 수입은 저소득층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보조금, 재생에너지 투자, 저탄소 산업 전환 지원 등에 활용한다.
탄소세 도입의 걸림돌은 ‘서민 증세’ 논란이다. 탄소세 도입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오르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소세로 거둔 재원을 ‘탄소배당’을 통해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예정처는 “탄소세 재원을 친환경 산업 연구개발(R&D), 취약계층 지원 등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방식 등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민주당이 밀던 기후공약 ‘탄소세’···이번 대선에서 사라진 이유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130600011
☞ “온실가스 사회적 비용 38조”…‘탄소세 도입’이 절실한 이유
https://www.khan.co.kr/article/202209042102005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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