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경총 부회장 '주요 노동 현안' 논의
노조법 제2·3조 개정 "법리에 맞지 않아"
"낮은 노동 생산성에 주 4.5일제 부적합"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은 14일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법리에 맞지 않고,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해 얘기하면서 "개정안이 모기업과 원청-하청으로 이어지는 산업생태계를 해쳐 자칫 하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조법 제2·3조 개정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 공약 중 하나다. 올해 들어 박홍배, 김태선, 박정 등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제2조에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제3조에서 배상의무자별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것이 골자다.
개정안은 앞서 제21·22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두 차례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노조가 파업을 남발해 산업현장이 혼란해질 수 있고, 개정안의 구체적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경영계도 줄곧 반대해왔다. 우선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당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 결정에 실질적인 지배력·영향력이 있는 자'로 확대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자동차·조선·건설업 등은 다단계 형태로 협력업체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를 보면 협력업체가 4000개나 되고, 이들 업체가 하청 노조 노동자들과 근로 계약을 맺어 노동법을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에서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현대차는 수많은 하청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이해 상충으로 결렬돼 파업이 이어지는 경우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기업이 해당 하청과 거래를 할 유인이 없어지면 하청 기업과 근로자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손해배상 책임 제한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노조의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봉쇄하는 것은 불법파업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을 불가능하게 해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산업현장이 무법천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경총은 기존 주 40시간에서 주 36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주 4.5일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초래할 부작용도 짚었다. 현재의 낮은 노동생산성 하에서 기업 경쟁력 저하, 인건비 부담,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인 일본(49.1달러), 프랑스(66.8달러), 미국(77.9달러) 등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OECD 평균(56.5달러)에도 못 미친다. 이 중 프랑스 등 일부를 제외하고 주 40시간 근무를 지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주 5일제나 주 4.5일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으나 문제는 이를 강제하는 데 있다"며 "기업이 요일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하고, 기본적으로 주 40시간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아울러 고령 근로자 계속고용과 관련해 법정 정년 연령을 65세로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연공형 임금체계에서는 정년 연장 시 기업 비용 부담이 커져 신규 고용이 어려워진다"며 "고용의 유연성과 임금 체계 개편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문제는 대선 후보 공약에도 언급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기업의 자율적 정년 연장'을, 이재명 후보는 '사회적 합의로 정년 연장 추진'을 각각 공약으로 제시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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