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6·3 대선 스페셜 에디션
공약논쟁前 2편 감세 부메랑
갈수록 심화하는 소득 양극화
기본소득 도입 논의 있었지만
막대한 재원 탓에 벽에 부딪혀
감세 정책 사용한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에서 초래한 역효과
줄어든 세금 기본소득에 썼다면…
농어촌 기본소득 정말 망상일까
정부 정책의 오류가 '나라 곳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이 그렇다.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감세정책은 나라의 재정여력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023년과 지난해 연이어 터진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가 그 방증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에 덜 걷힌 세금만큼을 복지 재원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공약논쟁前 두번째 이야기 감세 부메랑과 농어촌 기본소득의 함수 편이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81조6380억원의 세수 감소효과가 발생했다.[사진|뉴시스]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1월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엔 양극화의 단면이 분명하게 들어있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가구 소득 상위 10%(10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2억1051만원을 기록했다. 10분위의 연평균 소득이 2억원을 넘어선 것은 통계를 작성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소득 하위 10%(1분위)인 저소득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1019만원에 그쳤다.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격차가 2억32만원을 기록한 셈이다. 이 역시 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이다.
양극화를 보여주는 다른 통계도 있다. 통계청이 4월 24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월 1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2023년 9.2%에서 지난해 9.6%로 0.4%포인트 증가했다.
100만~200만원 미만 임금노동자의 비중도 10.4%에 달했다. 임금 노동자 전체의 20.0%가 월 2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월 400만원 이상을 받는 노동자는 2023년 25.4%에서 지난해 26.5%로 2.1%포인트나 늘었다.
소득 양극화가 이렇게 심해지자 정치권에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토지보유세·시민소득세·탄소세 등 다양한 증세 방안과 함께 '기본소득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본소득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비를 불러일으키자는 거다. 공론화 과정을 거칠 법한 이야기지만, 기본소득론은 언제나 다음과 같은 장벽에 부딪혀 왔다. "그럴 돈이 어디 있는가."
정말 그럴까. 정책의 오류와 실패, 예산의 무분별한 낭비 등을 잡을 수 있다면 기본소득론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진 않을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선 정책적 오류와 실패가 얼마나 '나라 곳간'에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공약논쟁「전前」 1편에선 정책적 실패와 줄어든 세수를 짚어보자.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집권한 이후 감세정책의 돛을 올렸다. 2022년 5월 정부 출범과 함께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정책을 발표했다. 7월엔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인하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고, 그해 12월 이를 골자로 삼은 감세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결과, 법인세는 과세표준 전 구간에서 1%포인트씩 낮아졌고, 최고세율은 25%에 24%로 떨어졌다.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도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했다. 2023년 말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했다.
올해 1월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는 윤석열 정부가 폐지를 밀어붙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발 물러서면서 무산됐다. 사실 여기엔 투자자들의 반발과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이 폐지 쪽으로 급선회한 것도 한몫했다.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의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됐다.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가 금투세 도입을 발표한 이후 4년 6개월 만의 폐지였다.
이 때문인지 당시 진보 진영에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 상속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상속세 감세 정책이 무산된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왔다.
[※참고: 정부가 상속·증여세 개편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12일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총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던 유산세 방식의 과세 체계를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윤 정부가 내세운 감세 정책의 효과는 전무했다. 되레 세수 부족 현상(2023년 -56조4000억원, 2024년 -30조8000억원)만 부추겼다. 강병구 인하대(경제학과) 교수는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2022년 세법개정안으로 60조3080억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2023년과 2024년 세법개정안도 각각 2조9360억원, 18조3940억원의 세금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에 따르면 총 81조6380억원의 세금이 감세 정책 탓에 덜 걷힌 셈이다. 이를 항목별로 보면, 법인세 -27조4840억원, 소득세 -21조5410억원, 종합부동산세 -7조9220억원, 증권거래세 -7조1590억원 등이다.
그렇다면 이를 기본소득이나 또다른 복지에 썼다면 어땠을까.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가구 수는 2272만8163가구를 기록했다. 윤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덜 걷힌 81조6380억원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했다면 매년 가구당 20만원의 기본소득을 17.9년간 지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언급한 것처럼 농어촌에 20만원의 기본소득을 실제로 지급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인구는 208만9000명, 어가인구는 8만7100명이다. 농어촌 인구가 총 217만6100명인 셈인데, 이들에게 매월 2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한해 5조1746억4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윤 정부 감세정책으로 덜 걷은 세금 81조6380억원을 활용하면 15년 넘게 농어촌에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원대상을 전체 가구가 아닌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로 좁히면 지원가능 기간은 더 길어진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기초생활수급자는 269만1910명, 중증 장애인은 96만3015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월 2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매월 7309억85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윤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걷지 못한 세금 81조6380억원을 대입하면 20만원의 기본소득을 111.6개월(약 9.3년)간 지급할 수 있다.
이처럼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기 전엔 재정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 보수적 경제관을 가진 사람들이 툭하면 내뱉는 '복지를 늘리면 안 된다' '기본소득론은 공산주의다'란 발상으론 소득 양극화란 중대한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 주목할 건 이런 논의를 '정책적 오류 탓에 줄줄 새는 나랏돈' 관점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공약논쟁前 3편 정책 부메랑에서 이 이야기를 해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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